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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18. 2017

법인 서울대, 민낯을 드러내다 #3

대학의 존립 근거는 무엇인가

2017년 5월 17일. 오늘의 교육 38호.


글 순서

1. 학내 물대포까지 등장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갈등

2. 서울대는 비정규직 백화점

3. 대학의 존립 근거는 무엇인가




최근 서울대는 시흥캠퍼스 설립에 반대하며 행정관을 점거한 학생들 중 일부를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주도한 학생 10명에 대해 제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제명은 재입학과 학적복원이 차단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2002년, 2005년, 2011년 진행된 서울대 학생들의 본부점거 투쟁에 대해서는 정학 수준의 징계가 내려진 것과 비교할 때 아주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시흥캠퍼스 설립 과정에서 대학 본부가 학생들과의 대화를 회피하면서 비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한 점, 학생들과 약속했던 바를 지키지 않았던 점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본부가 제2캠퍼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판 받을 만한 행태를 보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형사고발하고,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양심도, 체면도, 부끄러움도 없는 법인 서울대의 추한 민낯을 드러낸다. 


출처: 뉴시스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피의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이다. 유력 정치인도, 명문대 출신 관료도, ‘문화계 황태자’라는 중견 예술가도, 오랜 전통을 가진 대학의 총장도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감과 지적 양심은커녕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감각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시흥캠퍼스 사태와 학내 비정규직 차별 과정에 관여한 서울대 보직교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법인화 이후 대학의 경쟁력이 얼마나 강화됐는지는 의문이지만, 부끄러움을 모르는 얼굴 두께만큼은 웬만한 사기업 뺨을 치는 수준이 되었다.



서울대 본부가 학내외에서 쏟아지는 비판을 감수해가면서까지 파렴치한 행태를 이어가는 이유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시흥캠퍼스에 상업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고,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정당한 대가를 깎아내리면서 수익을 보전하려는 것이다. 물론 대학의 운영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예 수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수익성이 대학의 의사결정에서 지나치게 중요한 기준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대학이 자신의 존립 근거를 시장의 용어로 정당화하면서, 정치인들에게 대학이 지역과 지방의 경제성장을 추동할 수 있다는 생각을 되팔려고 노력할수록, 공적 지원을 받을만한 근거는 점점 더 희박해질 것이고 결국 실패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 제니퍼 워시번, <대학주식회사> 15p


지난 정부의 교육부는 유난히 대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를 예견한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대 법인화가 추진될 당시만 해도 원론적인 차원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한다는 의미의 ‘법인화’를 긍정하는 구성원들이 존재했다. 안타깝게도 법인화 이후 서울대의 연구 자율성, 학사 운영 자율성이 나아졌다는 증거는 없다. 쓰는 돈의 양이 많아지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진 것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대학의 운영에 돈이 필요한 것이지, 대학이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매년 국정감사에서 ‘법인화 했는데도 왜 이렇게 돈을 못 버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의 답은 ‘앞으로 더 잘 벌겠습니다’였다. 틀렸다. 서울대는 교육과 연구의 공적 가치를 설명해야 한다. 서슬 퍼런 국회의원들 앞에서 우리가 정부 지원금을 떳떳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설득할 수 있는, 공적 기관으로서 모범이 되는 서울대를 보고 싶다. 우선 대학 본부가 그동안 보여 왔던 부끄러운 행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 이후로 시흥캠퍼스 설립을 재검토하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노동자들 사이의 차별을 없앨 때 변화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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