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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PD May 18. 2017

법인 서울대, 민낯을 드러내다 #2

서울대는 비정규직 백화점

2017년 5월 17일. 오늘의 교육 38호.


글 순서

1. 학내 물대포까지 등장한 서울대 시흥캠퍼스 갈등

2. 서울대는 비정규직 백화점

3. 대학의 존립 근거는 무엇인가




2017년 5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신분 차별을 해소해나가겠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같은 날, 서울대에서는 비학생 조교 150여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비학생 조교는 정규직 일반직원과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담당한다. 그럼에도 신분이 조교이기 때문에 기간제법 예외 직종에 해당되어 비정규직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동안 서울대는 교육/학사 담당 조교는 5년, 실험/실습 담당 조교는 7년을 최대 임용 기간으로 정해놓고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했다. 최대 임용기간이 지나더라도 학과나 기관이 사유서만 제출하면 계속 재임용될 수 있었기 때문에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기간제법을 악용해 정규직 전환을 시켜주지 않고 장기간 편법으로 조교들을 채용해온 것이다.


그런데 2016년 감사원에서 서울대의 비정규직법 위반 의혹을 조사한 뒤, 서울대는 비학생 조교 임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기로 한다. 이에 따라 조교들이 대량해고될 위험에 처했다. 다행히 대학노조 서울대지부의 투쟁과 협상에 따라 지난 12월, 서울대는 비학생 조교들에 대한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문제는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측은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약 1,000만 원가량의 연봉 삭감안을 제시했다. 노사간 협상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다.


대학노조 서울대지부가 공개한 서울대와의 교섭 관련 문건 (출처: 경향신문)


서울대가 임금 삭감을 제시하며 내세운 핑계는 비학생 조교와 무기계약직들 사이의 형평성이다. 서울대에는 다양한 고용형태가 혼재하고 있다. 2016년 감사원의 <서울대 비정규직 관련 법률 위반 및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매일노동뉴스 기사에서는 서울대의 고용형태를 “비정규직 백화점”이라고 설명한다. 서울대는 기간제 근로자, 파견 근로자, 용역업체 근로자, 비전임 교원, 조교 등 가능한 형태의 비정규직은 모두 활용하고 있었다. 심지어 숫자도 많다. 2016년 6월 30일 기준으로 서울대 정규직 일반직원과 교원은 3,808명인데 비정규직은 총 4,235명이다. 게다가 이 통계의 정규직에는 무기계약직 472명까지 포함돼있다. 무기계약직을 제외하면 정규직은 3,336명에 불과하다. 무기계약직은 고용 안정이 보장되지만 임금 등의 처우는 정규직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 서울대가 비학생 조교들의 정년을 보장하며 1,000만 원가량 연봉을 깎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기계약직들의 임금 수준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감사원의 지적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거나 사무실에 따라 더 중요한 일을 담당하기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업무를 ‘보조’로 규정함으로써 임금과 복지 등에서 차별을 두는 방안을 내놓았다. 정규직을 더 고용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이지만, 그렇게 하면 인건비가 상승한다. 결국 비용절감을 위해 기형적인 고용 관행을 유지하고, 비학생 조교와 무기계약직들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의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률이 21.3%에 불과하여 거점 국립대 중 가장 낮은 문제가 있음” “서울대의 비정규직 차별이 심각한 상황임” 등과 같은 지적이 등장한다. 지적을 받았으면 고쳐야 할 텐데 2016년 국정감사 보고서를 보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국감 위원들은 “2015년도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비정규직의 무기계약 전환 조치가 미흡하고, 동종․유사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격차와 차별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2016년에는 “파견금지업종에 대한 위장도급정황이 발견”되기까지 한다.


2016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결과보고서 캡쳐


할 수 있는 노동탄압은 다 해보려는 것일까, 서울대는 보복성 해고로 추정되는 ‘계약만료 통보’를 한 적도 있다. 2015년 중앙노동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요구해 ‘일부 차별 인정’을 받아낸 미술관 계약직원을 근속 2년을 앞둔 시점에 “사실상 해고”한 것이다. 이렇게 법인 서울대의 이윤 추구(비정규직 차별을 통한 비용 절감)와 권위주의(대학노조와 성실하게 교섭하지 않는 태도)는 시흥캠퍼스 사태에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을 대하는 자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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