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20대 마지막 선물
정말 가기 싫었던 회사 출근길 운전대를 붙잡고 나는 항상 생각했었다.
내년 봄쯤에는 동생이랑 유럽여행이나 가면 참 좋겠다고.
그런데 생각처럼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대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동생의 취업이 확정되고
연수 들어가기 전까지 한 달여간의 시간이 남아
무조건 유럽여행을 가야겠으니 함께 가지 않겠냐고 대뜸 연락이 왔다.
너무 신기했다.
진짜 꿈만 꾸었던 일이었기에.
꿈은 이루어진다고 또 한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동생과는 해외여행을 함께 간 아련한 추억이 있었다.
직장생활 2년 차에 내 인생 첫 해외여행을 동생과 함께 떠났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떠난 홍콩에서 호텔을 찾지 못해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고 어려운 순간을 함께 극복하기도 했으며 서로 의지하고 같이 신나 힘든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조금 더 성숙해진 자매의 모습으로 가는 유럽여행은 어떨지 궁금했다.
물론 나의 대학시절, 요즘은 많이들 가는 배낭여행도 한 번 안 해봐서 아쉬운 마음이 가슴 한편에 있었기에
20대에 못해 본 것을 지금 대학생인 동생과 함께하면 간접 경험이 될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퇴직금을 제외한 내 여윳돈은 550만 원 남짓이었다.
이 돈으로 운동도 하고 이것저것 배울 생각이었기에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동생이 보너스 타면 바로 값는다고 해서 언제 이런 기회가 오겠나 싶어 선뜻 오케이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벽이 하나 있었다.
얼마 전 나는 유부녀가 된 몸이었고 신랑의 동의를 구하기 힘들었다.
주말부부였고 회사를 그만둔 지 한 달이 채 안된 상황에서 나는 계속 아가씨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신랑이 당연히 허락해 주겠지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힘든 일도 기쁜 일도 함께 하자고 선언했는데 신랑을 두고 놀러 가겠다고 한 것이니 신랑은 꽤나 섭섭해했다.
나도 덩달아 고민이 깊어졌다.
너무도 가고 싶었던 유럽여행이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꼭 가야 하는 것일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혹자는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여행이라고 나를 비난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여성)는 동생이랑 가는 건데 그 며칠이 큰 문제가 되나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나는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고 정말 이기적이지만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한 번 살아보자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신랑을 설득했고 신랑은 쿨하지 못하게 허락해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퇴사 전후, 우울증으로 힘들어했고 많이 지친 상황이었다.
생각과 걱정이 지나치게 많았다.
여행을 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싶었다.
다녀오면 어떤 깨달음이라도 있을 것이고 잃어버렸던 생기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20일 여정의 유럽여행을 일주일 만에 대충 계획하고 무작정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