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수조 Mar 02. 2017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

오류를 범하기 쉬운 일

보름간의 유럽여행. 첫 시작은 프라하였다.

신혼여행 갔을 때 언젠가 또 한 번은 오리라 생각했는데 불과 몇 달만에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왔던 곳이라 루트를 짜고 무언가 알아보는 데 애를 쓰지 않아도 돼서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한 번 왔기 때문에 두 번째 여행에서는 그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첫날부터 불길한 예감이..

처음으로 호텔이 아닌 저렴한 숙소를 잡았는데 생각보다 구시가지와 거리가 조금 있었고 밤에 이름도 적히지 않은 건물을 찾는데 조금 헤맸다. 드디어 집을 찾았지만 어떤 벨을 눌러야 할지 몰라 한참을 보았다. 로밍을 안 하고 갔던 터라 우여곡절 끝에 집주인과 연락이 닿았지만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여 그 추운 곳에서 30분은 더 기다려야 했다. 그 후 집주인이 밝은 미소로 우리를 맞이해 주고 집으로 안내를 해주어 그 떄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렸다.

우리나라로 치면 방 3개짜리 아파트를 숙소로 사용하는 것이라 욕실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써야 했고 옆방에서는 남녀 목소리가 들리고 담배냄새가 심하게 나서 조금 불편했다. 분명 인터넷에서 봤던 그 방과 똑같은데 추운 날씨에 방안에 온기가 없어 실망이 컸다.

생각보다 추운 날씨에 많이 떨었고 불편한 첫날밤이었지만 이렇게 여행 올 수 있음에 감사하자고 다짐했다.


다음 날은 추위에 떨지 않기 위해 들고 온 모든 옷을 동원해 몸을 감싸고 나갔다.

이틀밖에 머물지 않는 프라하인데 비가 내려 슬펐지만 신난 동생을 보니 나도 함께 즐거워졌다.

그런데 웬걸, 차가운 바람이 불면서 우박이 떨어졌다. 5월 중순이라 우리나라에서는 반팔이나 그 위에 가디건 정도면 충분했던 터라 가볍게 옷을 들고 갔는데 이런 날씨에 앞으로의 여행이 막막해졌다.

껴입을 수 있는 옷은 다 꺼내 입었는데도 이렇게 춥다니.

특히나 마지막 여행지는 융프라우인데 패딩이 필요할 것 같았다.

동생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외투를 사러 갔다.

길거리에 한국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다들 우리와 비슷하게 얇은 옷을 입고 두 팔짱을 꼭 끼고 다녔다.

결국 우리는 맞는 옷을 찾아 헤매느라 하루를 보냈다. (매장에는 대부분 여름옷이..)


돌이켜 생각해보니 여행을 오기 전 프라하 날씨를 검색했을 때 3~13도 수준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이 워낙 따뜻한 날씨였고 한창 봄옷이 예쁘게 보였던 때라 '5월인데 그렇게 춥겠어? 체감온도는 그렇지 않을 거야'하고 무시했다. 날씨를 검색하는 것보다 인터넷 쇼핑을 더 많이 했다.

블로그 검색을 했을 때도 사진 속에는 외투를 입은 사람 중 몇몇이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추위를 많이 타는 내가 외투를 입은 사람보다 반팔 입은 사람을 더 크게 보았던 것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되었다. 날씨에 따라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하는 것이 순서인데 그냥 내가 입고 싶은 옷만 생각한 것이다.

결국 나는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보았던 것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꿈에 그리던 유럽여행을 가기까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