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3]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

[백영옥의 말과 글] [13]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


입력 : 2017.09.16 03:02
백영옥 소설가
백영옥 소설가
얼마 전, 여행 잡지의 취재차 수안보에 다녀왔다. 전성기의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즈넉한 느낌이 좋은 곳이었다. 오랜 시간 문을 닫은 '와이키키 관광호텔'의 거대한 스산함은 이곳의 화려했던 과거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여행을 가면 그곳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작가가 느꼈을 감정이나 느낌을 현장에서 체험하는 건 호사스러운 경험이다. 수안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다시 봤다.

영화는 고교시절 한때 7인조 록 밴드의 보컬이었던 주인공 성우가 유흥주점의 원 맨 밴드로 전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웃 여고 밴드의 보컬이었던 그의 첫사랑 인희 역시 남편과 사별 후 트럭 행상을 하며 살아간다. 낡아가는 수안보는 이들의 내면 풍경 같다. 술집에서 성우를 만난 고교 동창은 이렇게 묻는다. "넌 행복하냐? 우리 중에 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놈은 너밖에 없잖아. 그렇게 좋아하던 음악 하면서 사니까 행복하냐고!" 성우는 끝내 답하지 못한다.

젊은 날, 한때의 재능이 무서운 건 그것이 인생의 짐이 되기도 하는 탓이다. 성우에게는 음악이 그렇다. 가슴 뛰는 일,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일'을 하라고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 말은 평범한 일상을 사는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열패감을 주는 말이 되기도 한다. 삶은 공평치 않아, 누군가에게는 '누리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버티거나 견디는 것'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성우의 반주에 맞춰 심수봉의 '사랑밖엔 난 몰라'를 부르는 인희의 모습이어서 좋았다. 로커를 꿈꾸던 두 청춘이 중년이 되어 부르는 그 노래가 견디거나 버텨낸 존재에게 주는 위안이라 좋았다. 꿈꿔 본 곳에 닿기 위해 갖은 힘을 써 본 삶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삶이라 감히 말할 수 있나. 뿌연 안개가 자욱한 충주호의 유람선에서 나는 심수봉의 노래를 들었다.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라는 가사를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다. 꿈을 가진다는 건 어쩌면 서러운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15/2017091502955.html

나도 한 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인생이 즐거울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다.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할 때가 가장 즐겁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그것을 증오하게 된다.

물론 아주 재능이 있는 일부의 경우는 예외다.

그러나 대부분은 좋아하는 것을 증오하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래서 그림을 그렸다.

대학도 그렇게 나왔다.

그러나 그에게 기다리는 것은 고달픈 현실이다.


색소폰을 잘 불어 대학에서 전공하고 유학까지 갔다 왔는데 현실은 결혼식 축가 30만 원에 불려다니고 있다.

음대교수는 어림도 없다.


와이키키브라더스와 다를바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너는 행복하냐고?

그딴게 어딧나?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할 때 그 일을 사랑하게 된다.

돈이 개입되면 싫어하는 것도 해야 한다.

비전문가의 실날한 평가도 들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자존심도 꺾어야 한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 좋아하는 일인지 알게 되었나?

청소년 때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는 것은 무책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굉장히 일부분일 경우다.

좋아하는 일이 나오려면 남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은 예능에 치우치기가 쉽다.

춤, 노래, 악기, 그림과 같은 극히 일부분이다.

그것은 남들이 보고 잘한다 칭찬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 의사, 변호사 등등과 같은 것은 좋아한다고 할 수 없고 잘 한다 할 수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개구리 해부를 했더니 정말 재미있었다.

그래서 의사가 되어보기로 했다?

이런 청소년이 있다면 그 애는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싸이코패스일 경우가 더 가깝다.

어떻게 죽어가는 동물을 보면서 재미있다고 할까?

수술을 잘한다고 의사가 되는가?

의사는 공감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개구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는 아이가 의사가 되는 것이 맞는가?


인생의 대부분의 일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청소년기에 나타난 댄서, 가수, 영화배우, 개그맨 등과 같은 일은 극히 일부만 성공한다.

바꾸어 얘기하면 돈 버는데는 확률적으로 떨어진다는 얘기다.

돈버는 것은 오히려 안정적인 월급쟁이가 더 벌 가능성이 있고 사업을 하는 것이 더 벌 가능성이 있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말이다.

그러니 청소년기에 애들 좋아하는 것 시키려고요. 애들이 선택하게 해줘야죠. 하는 부모를 보면 한심하다.

애들이 뭘 아는가?

세상을 살아보기나 했나?


그러니 일은 돈을 버는 것이고 돈을 잘 벌려면 진입장벽이 높은 전문직이나 사업을 해야 한다.

자영업 말고.

그리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는 돈을 벌어서 나중에 자녀들과 캠핑을 가서 캠프파이어 하면서나 치는 것이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처럼 전업으로 딴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그래서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애들이 자녀의 직업을 정해주기 전에 먼저 직업을 정해줘야 한다.

자녀의 댄스동아리 친구가 직업과 꿈을 심어주기 전에 말이다.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자녀에게 주입식으로 말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있다.

너는 돈을 버는 것이 목표냐?

그렇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전문직이나 사업을 해라, 아니면 대기업이라도 들어가라.

그렇지 않고 그냥 힘들어도 니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경우는 극히 힘드니 생고생할 각오를 해라.

이런 식으로 말이다.

어린 자녀에게 미루지 마라.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밀어주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얘기하는 것은 부모의 책임을 미루는 것이다.

그리고 자녀와 같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같이 공부하라는 얘기다.

거실에서 TV 쳐보지 말고 말이다.

옆에서 책이라도 읽고 공부법이라도 배워서 실천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거실에서 프로야구, 드라마 보면서 자녀들에게 니들은 니들 방에서 공부해라. 그러면 훌륭한 사람들이 되고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도 한다고 하면 자녀가 잠깐 화장실 가면서 낄낄거리면서 TV보는 부모 보면서 인격은 분리된다.

세상에 쉬운일은 없다.

내가 왜 공부를 못했는지 생각해보라.

부모가 어렸을 적 옆에서 공부법을 알려주고 같이 공부하고 스케쥴도 짜줬다면 그랬을까?

나도 그래봐서 안다.


JD 부자연구소
소장 조던
http://cafe.daum.net/jordan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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