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추상적이고, 적당히 구체적인
PM으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바를 적당히 구체적으로, 그렇지만 적당히 추상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너무 추상적이면 내가 생각하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하기가 어렵고, 또 너무 구체적이면 완벽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팀원들을 갇히게 만들 수가 있다.
나는 먼저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쓰는 편이다. 되도록이면 그림을 먼저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그 틀 안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글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해석이 되기도 하고, 또 내가 쓴 글도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새로운 방향이 생각날 때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복잡한 플로우를 가진 피쳐를 기획하다 보면, 글만으로는 내용을 다 전달하기 부족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레퍼런스를 찾아보려고 한다. 레퍼런스는 이런 '느낌'을 예시로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다. 처음엔 레퍼런스는 완전하게 디자인된 이미지이기 때문에 더 갇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실제로 보는 사람은 '아, 이런 느낌?!'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 또 다른 형태의 방법을 알게 됐다. Shape up이라는 방법론을 읽다가 확인한 Breadboarding 방식이다. 이는 전자 회로도 보드(빵판)에 전선과 주요 부품을 꼽듯이, 각 요소들을 플로우로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이렇게 하면 중간중간에 비어있는 곳이나 연결성이 약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것들이 잘 보이면서도 충분히 러프하게 생각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한 가지 사물을 보고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고, 서로 다른 방향에서 해석한다. 이를 비슷하게 하나의 뷰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해서 더 정확히, 더 빠르게 결과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것도 PM의 역할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