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나보다 한발 두발 앞서 걷지 말아요
나는 밤 하늘에 뜬 달과 별들에게도 눈 맞춤해야 하고
밤길에 어슬렁대는 고양이 에게도 인사를 전해야 해요
스산한 밤 가지만 남은 나무들의 우~웅 하는 울음소리도
들어야 하거든요
그대
나보다 한발 두발 앞서 걷지 말아요
나는 아침이슬로 목을 축이는 풀도 보아야 하고
나뭇가지에 앉은 작은 새의 재잘거림도 들어야 해요
어찌하다 늦게 홀로 핀 민들레꽃도 예쁘고 기특해서
그 앞에 쪼그리고 마주 앉아
노랑 웃음 같이 웃어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