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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이 Jun 28. 2021

커피믹스와의 이별

  식사하고 난 뒤 꼭 마시는 카페인이 있다. 달달한 커피믹스다. 운동하면서도 한두 잔씩 마시니 하루에 네 잔이나 다섯 잔을 마시게 된다. 하루 멀다 하고 아메리카노 커피도 사서 마시니 카페인 중독이다.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아 커피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아침은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다시 시작한다. 커피 맛은 그때마다 다르다. 향기롭고 고소할 때도 있고 텁텁하고 달큼해서 괜히 마셨다 후회할 때도 있다. 뜨거운 물에 커피믹스만 넣으면 되니 이 얼마나 간단한가? 운동하는 몸치고는 나는 우량한 여자다. 남들은 운동하고 5킬로가 빠졌니, 7킬로가 빠졌니, 하는데 나는 운동 전보다 4킬로가 늘었다. 통통한 배를 보면서 한심하기도 하고 불면증도 심해서 처음으로 커피를 끊기로 결심 한날. 저녁까지 잘 참던 나는 11시쯤 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24시 마트로 뛰었다. 20개 들이 믹스 한통을 사 오면서 ‘역시 나는 안돼!! ’ 하면서 집으로 오는 길은 커피 마실 생각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그것 하나 끊지 못하는 내가 맘에 들지 않아 복잡한 마음이었다.   

  

 이런 내가 11일간 커피믹스를 한잔도 마시지 않고 있다. 이유가 몇 가지 생겼다. 첫째 치석을 제거하러 갔는데. 간호사가 “차를 많이 마시나 봐요.” “네, 커피를 주로 마셔요.” “커피를 자주 마셔서 그런지 치아 사이에 갈색이 굳어져서 긁어도 깨끗해지지 않네요. 나중에 이곳이 썩을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임플란트 두 개 해 넣은 뒤에야 치아의 소중함을 알았던 나는 끊어야지, 안 되겠다 단단히 마음먹었다. 둘째 지인과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햇볕에 드러난 치아가 아주 고르고 하얗고 깨끗했다. 나이도 나보다 한참 많으신 분이라서 치아 관리에 속으로 놀랐다. 내 치아 색은 다른 사람보다 좀 누렇다. 커피 마시고 바로 물로 헹궈주는 일을 게을리한 탓이다. 그분의 건강한 치아가 커피를 멀리 하게 한다. 셋째 이틀을 커피를 안 마시니 간식을 습관처럼 먹었던 내가 당기지 않아 세 끼 식사만 한다. 몸무게가 1킬로가 빠지고 며칠 더 지나자 조금씩 계속 빠져서 지금은 2.5킬로 빠진 상태다. 그렇게 빼기 어렵던 살이 신기하게 빠지고 있다. 물론 운동도 도움이 되었다. 살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커피믹스를 멀리하게 되었다. 

    

 나는 요즘 거울로 치아를 자주 본다. 좀 하얘져 가는 치아를 보면서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한마디 말에 또는 누군가의 치아를 보면서 깨달음은 오복 중 하나인 치아를 지키는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누구나 스승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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