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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동이 Nov 07. 2022

중고가 어때서

나는 59세의 살아 숨 쉬는 중고의 몸이다. 갓 태어나 유년기, 청소년기, 성년기를 보낸 후에는 몸의 이곳저곳 삐그덕 거림이 감지되고 아픔이 많아지는 나이가 된다. 내 몸도 목 디스크, 허리 통증, 무릎 통증, 발 뒤꿈치 통증, 다리 시림이 있다. 그나마 탁구를 7년 동안 꾸준히 해온 덕분에 나이에 비해 건강해 보인다. 잔고장이 많은 나이지만 운동에 취하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땀으로 흠뻑 젖는다. 샤워 후 말끔하게 세탁된 옷으로 갈아입고 나면, 행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 나이에도 몰입할 수 있는 운동이 있고 매 순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내가 대견하면서도 예뻐 보일 때가 있다. 거울을 본다.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다. 눈가 주름, 검버섯, 탄력 잃은 목선까지. 그 여자가 애써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인상이라도 좋아지라고, 피부가 탱글 거리던 젊은 시절엔 로션 하나 바르면 바로 외출이었다. 지금은 스킨부터 아이크림까지 꼼꼼히 바르고 파운데이션까지 뽀얗게 발라야 외출을 한다.

밤이면 잠들기가 쉽지 않으니... 참 죽을 맛이다. 힘들게 겨우 잠들면 두세 시간 지나 저절로 잠이 깬다. 가족들 깰까 봐 조용히 누워있는 밤은 지루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동트기 전 잠은 시작되고, 드르렁드르렁 코를 심하게 고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밤새 잠을 못 잤네, 너무 피곤하다." 말하면, 남편과 딸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시끄럽게 코를 골며 잘 자놓고 왜 못 잤다고 얘기해."라며 어이없어한다.

젊을 때는 상처가 생기면 소독약만 발라도 꾸덕꾸덕 잘도 아물었다. 지금은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면 병원에 가야 한다. 치료받고 주사 맞고 약을 복용해도 진물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몇 번 더 병원 치료를 받아야 낫는다. 벌레에 물리면 가려워 긁게 된다. 작은 상처들이 생기는데 이 작은 상처도 아무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상처가 생기면 잘 낫지 않는다.

59년 사용한 몸은 영양제를 필요로 한다. 건조해진 눈을 위해 루테인과 오메가 3이 들어간 영양제를 먹고 얼굴에 잡티가 더 생기지 않게 비타민C 챙겨 먹는다. 근육 경련 및 혈액 순환에 좋은 마그네슘도 함께 복용한다. 쓰고 한약 맛이 나는 공진단도 누군가가 주면 덥석 받아 입에 넣고 녹여 먹는다. 건강을 챙겨야 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공진단처럼 씁쓸하다.

청춘 시절엔 얼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젊은 피부는 잡티 없이 깨끗하고 윤기가 도는데, 숱이 너무 많은 머리는 정리가 안 돼 덥수룩했고, 작은 눈은 총기가 없어 보여 희미했다. 오뚝하지 않은 코는 얼굴 중심에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얇은 입술은 소심해 보여 정이 없어 보였다. 학생 때 친구에게 물어봤다, "내 얼굴 중에서 어디가 제일 예뻐?". 친구는 "네 얇은 입술이 제일 예뻐"라고 말했다. 이상하다 생각하며 그 친구의 입술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았다. 아! 알았다. 친구의 입술은 너무 두꺼웠다. 그 친구는 두툼한 입술이 콤플렉스였나 보다. 그래서 내 얇은 입술이 예뻐 보였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고 보니 예쁜 얼굴보다는 인상이 좋은 사람들이 좋다. 많았던 머리숱도 새치염색을 자주 하다 보니 적당해졌다. 지금은 더 빠질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총기가 없어 희미하던 눈은 지금은 보배 중의 보배다. 사물을 볼 수 있고, 느끼고, 분별할 수 있어서, 너무 예쁜 세상을 볼 수 있어서. 오뚝하지 않은 코도 고맙다. 호흡할 수 있게 해 주기에, 나는 살아있는 것이다. 입술은 얇지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말을 할 수 있고, 맛있는 음식도 먹게 해 주니 감사하다. 중고인 중년은 이래서 좋은가보다. 못난 곳을 찾기보다는 못난 곳의 감사함을 아는 나이가 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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