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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일커피 Jan 27. 2016

첫 느낌으로 판단하지 마!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커피라는 녀석을 처음 접하게 됐을 때였다.

그니까 아직은 커피는 그냥 단순한 음료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인스턴트커피와 캔커피만 마시다가

카페에서 파는 원두커피를 직접 내려마시기 위해

커피메이커를 구매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택배는 즐거운 기다림이며,

처음 가져보는 물건은

설렘과 짜릿한 흥분을 안겨준다.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있어가지고

커피를 내려 먹는 순간에 원두를 갈아서 내려야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서

커피 그라인더도 함께 구매했다.

어떻게 보면 풀세트로 구매했다고 볼 수 있다.


갈은 원두를 넣고 물을 넣고 기다리니

제일 먼저  추출된 것은 커피라는 액체가 아닌

코를  자극하는 커피의 향이었다.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 찬 나에게 커피 향은

 온몸에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커피는 코로 마시는 음료라고 했던가?

내려진 커피를 잔에 따르고 마시기 전에

흐읍~ 흐읍~ 하고 청소기처럼 흡입을 했다.


뭔진 몰라도 그냥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새로운 기계도, 향긋한 커피의 향도

커피를 만드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그 순간 나는 바리스타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시음을 해봤다.

후루룩...

'크~~ 역시~~!!' 

그 분위기의 절정을 만끽하려던 순간! 

머리에서 강하게 울리는 단어를 내뱉었다.


"쓰다!!!!!!!"


내가 문제인 것인가?

아니면 커피가 문제인 것인가?

그렇게 좋은 향을 풍기면서

왜 이런 맛을 낸단 말인가!!?


다시 마셔 보았다.


"으으~~ 써어~~"


그리곤 웃음이 나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일류 바리스타였으며,

커피를 즐길 줄 아는 품격 있는 남자였다.

물론 향기를 맡은 후 나의 머리 속에서 말이다.


나의 기대는 그렇게 와장창 깨졌다.

그리고 그렇게 끝일 거라 생각했다.

다시 달달한  인스턴트커피를 찾게 될 줄 알았다.

괜히 샀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뒤

놀라움을 경험했다.


분명한 것은 커피는 썼다.

아무리 다시 생각해보고 생각해봐도 썼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시간이 지나고 그 뒤에 남는 이 여운.


설탕도 없는데 단맛이 느껴졌다.

뭔가 알 수 없는 맛들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고 커피를 공부하게 된 후에

나는 그것이 커피의 매력 중 하나인

바디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쓴 맛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직감했다.


'이 녀석 예사롭지 않아. 뭔가 있구나!'


그렇게 나는 커피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그녀석의 향은 내 심장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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