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상법을 배운다. 상법을 강의하는 선생님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법조문을 설명하면서,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세상은 원래 이렇게 지리멸렬한 것이니 받아들이라고. 지리멸렬이라는 단어는 인생을 잘 수식한다. 산다는 것은 너무 그렇다. 추한 사건들이 쉬지도 않고 계속 계속 벌어지고 있다.
피곤하니까, 생각을 하면 또 머리가 아프고 우울해지니까 그냥 적당히 적당히...는 내가 늘 바라는 바다. 그러나 나는 의외로 그렇게 살아가기가 싫은지도 모른다. 인턴기자 생활이 힘들어지게 된 것도 적당히를 몰라서였다. 회식자리에서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아부가 적당히 섞인 의례적인 말들을 하도록 세팅되어있는 그런 자리에서, 나는 생각보다 기자는 정의로운 직업이 아닌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내 사수는 그렇게도 나를 괴롭혔고 그럴수록 나는 내 생각에 더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때의 내가 참 고맙다. 적당히 인턴 생활하고 적당히 기자가 되어 있다면 나는 살아가는 동안 매일 후회할 뻔했다.
미세먼지 속에서 오래달리기하는 기분이다. 내일 아침은 조금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