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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Oct 13. 2024

나를 일으킨 변증법적 행동치료

모래놀이치료로 어린 시절 상처를 많이 다스렸지만 일상 생활을 하는데 우울과 무기력이 계속 마음을 힘들게 했습니다. 이번에도 나는 책에서 그 해결책을 발견했습니다.

경계선 인격 장애를 겪은 여성의 수기인 <키라의 경계선 인격장애 다이어리>라는 책을 보는 중에 경계선 인격장애와 우울, 자살 충동 등에 좋은 치료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아주 생소한 ‘볍증법적 행동치료’라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치료법에 관심이 많은 나는 한국에서도 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 틈틈이 검색을 해보았고 마침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 상담센터는 보통의 상담센터와는 다르게 소득에 따라 상담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소득이 적었던 내가 상담을 받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변증법은 정반합을 통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 치료에서 정은 괴로움에 대한 인정입니다. 우선 힘들어 하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변화쪽으로 가보자는 것입니다. 이 둘이 합쳐서 원하는 삶으로 향하는 것이 변증법적 행동치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치료를 받을 때 아픈 자신을 부정하거나 자책하지 않는 것을 먼저 배웠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수용하고 나자 오히려 더 힘이 나서 문제해결로 갈 길이 생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변증법적 행동치료는 1:1 상담과 집단치료를 병행하면서 이루어집니다. 나는 처음에 집단치료부터 들어갔습니다. 집단치료에 들어가면 우선 마음챙김이라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마음챙김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나는 우선 이걸 자극이 왔을 때 현재에 깨어있으면서 휘둘리지도 판단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간다면 휘둘리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까지 갈 수 있다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마음챙김을 평소에 연습하는 방법으로 나는 2가지를 좋아합니다. 우선 가장 쉬운 것, 호흡 마음챙김을 자주 합니다. 호흡 마음챙김은 굉장히 쉽습니다. 그냥 숨이 코로 들어가고 나가는 것을 조용히 바라보면 됩니다. 만약에 다른 생각이 들면 그런 자신을 자책하지 말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이것을 배운 뒤로 나는 자기 전에 5분씩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매일 하지는 못 하지만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가만히 앉아 이 호흡 마음챙김을 하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집안일 마음챙김입니다. 나는 사실 집안일을 하기 무척 싫어합니다. 설거지도 청소, 빨래 널기도 정말로 하기 싫어합니다. 그래서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는 편인데, 그래도 정말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비장의 무기로 집안일 마음챙김을 합니다. 어떤 집안일을 하는 그 일에만 집중해서 명상을 하는 것처럼 집안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정말로 하기 싫었던 일들도 하나의 수련이 되어서 조금은 할 수 있게 합니다. 설거지를 할 땐 설거지에만 의식을 집중하고, 빨래를 널 땐 다른 생각 말고 빨래 널기에만 마음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챙김을 자주 하면 쓸데없는 생각들이 들었을 때도 거기 휘말리거나 자책하지 않고 그 생각을 그냥 바라보게 됩니다. 그냥 바라보면 그 생각은 마음에 힘들게 붙어있지 않고 사그라들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로움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변증법적 행동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초가 되는 것이 이 마음챙김 수련입니다. 모든 것을 할 때 이것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마음챙김 수련을 하고 나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자기돌봄과 감정, 관계에 대한 기술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배웠습니다.  


순간적으로 자신을 해치고 싶거나 힘들 때 자기를 돌볼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준 자기돌봄기술은 그순간을 넘길 수 있는 방법과 힘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 방법들 중 가장 좋아했던 방법은 ‘기여하기’와 ‘오감 만족’이었습니다.


나는 이상하게 힘이 들 때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여하기를 하면 그게 위안이 되어서 힘든 순간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좋아하는 향이나 음악으로 감각을 만족시키면 힘든 감정이 조금 가라앉곤 했습니다. 여러분들도 힘든 순간을 위해 그때 날 위해 뭘 할지 미리 정해놓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에 대한 공부는 별로 잘 인식해주지 않았던 감정들을 깊이있게 알게 해주고 감정 때문에 힘들 때 그 감정을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관계에 대한 기술도 관계를 할 때 내가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에 대해 당당하게 주장하기를 연습해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거절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기술들을 집단으로 배우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기술들을 활용해볼 때 힘들었던 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었고 서로 격려하고 지지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집단치료가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면 1:1 상담은 내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일들을 말하면 상담선생님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식이었습니다. 상담선생님은 함부로 의견을 강요하거나 조언하지 않고 주로 나의 생각이나 말을 들어주고 말 하게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내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과의 에피소드 중 사실 별일은 아닐 수도 있는데 내겐 크게 남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날 너무 무기력하고 힘들어서 상담을 못 가겠어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세수 안해도 되고 머리 안 감아도 되니까 모자 쓰고 그냥 택시 타고 오세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왠지 힘이 나서 진짜 택시를 타고 상담을 갈 수 있었습니다. 더럽고 무기력한 나를 상담선생님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느낌이었거든요.      


집단치료를 2번 하고 1:1 상담을 2년 정도 하고 나서 나는 굉장히 많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에 상담 목표를 적는 칸에 내가 적은 것은 ‘침대에서 일어나기’ 딱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상담을 종결할 때 나는 침대에서 잘 일어나고 잘 움직이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치료 덕분은 아니고 내가 노력한 이유도 있겠지만 변증법적 행동치료가 내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인지 치료의 하나라서 숙제도 좀 있고 써야 하는 것도 있어서 힘들었지만 그냥 들어주는 상담이 아니라 여러 가지 실제적인 기술을 알려주기 때문에 더 도움이 되었다고 느낍니다.      


내가 느끼기에 과거의 힘든 짐들이 많을 때는 보통 많이 하는 상담을 해서 우선 힘든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 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거기에 더해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일어나는 힘을 기르기에 변증법적 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도 평온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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