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내가 나인걸 견디기 어려워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오빠에 의한 친족성폭력이 내가 어린 여성의 몸이 아니었다면 없었을 고통이라 생각해 나의 몸을 부정했고 잘 보살피지 않았다. 거울도 잘 안봤고 셀카도 잘 안찍었다. 화장도 잘 안했다. 옷도 대충 입었다.
이제 조금씩 내가 이몸에 있다는걸 받아들이고 싶다. 나는 나이고 내 몸은 잘못이 없다. 이 말을 또 얼마나 많이 오래 해주어야 내 마음이 받아들일까?
내 잘못이 아니라는 말과 내 몸이 잘못이 없다는 말은 다른 뉘앙스로 받아들여진다. 나의 트라우마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은 이제 그럭저럭 알겠는데, 이 여성인 내 몸이 나의 것이고, 내 몸은 잘못이 없다는 건 받아들이는데 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랫동안 나는 마치 내게 몸이 없는듯 마음만 생각하며 살았고 몸은 마음을 담는 기능적으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신경을 잘 쓰지 않아 잘 넘어지기도 하고 알수없는 상처가 나있기도 했다.
이제 조금씩 내 몸을 위해주는 일을 하고 내 몸과도 친해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고 사실 하기 싫다. 말도 안되지만 그냥 아프지 않는 기계몸을 갖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포기하고 조금씩 다른 사람들의 흉내도 내보고 찾아보기도 하면서 내 몸을 아껴주고 친해져보자. 이제는 그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