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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제 Dec 26. 2022

우울증 환자들을 위해 - 돌봄 로봇

연희는 오늘도 침대 밖으로 나갈 힘이 나지 않았다. 측정기로 세르토닌 농도를 측정해보니 위험수치보다 훨씬 아래였.


그상태로 계속 누워 두시간 정도 혼자 눈물을 흘리며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연희는 마지막 비상수단을 쓰기로 했다. 환자들을 위한 국가의 돌봄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혼자 사는 연희에게는 이 서비스가 마치 생명줄 같았다.


작년까지만해도 돌봄 로봇이 케어해주는 환자에는 신경정신과 질병의 환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휴대용 세르토닌 측정기를 만든 김수연 의사와 다른 의사들 그리고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계속 정부단체를 향해 문의와 민원을 넣고 시위도 한끝에 간신히 신경정신과 환자들도 돌봄 로봇 서비스를 이용할수 있게 되었다.


어떤 질병의 환자가 돌봄 로봇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그에따른 많은 연구와 설정들이 필요한 법이였다. 이번에 연희가 신청한 돌봄 로봇도 특별히 우울증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로봇이었다.


연희가 스마프톤에 있는 돌봄 호출앱으로 로봇을 호출했다. 호출할때 현재 자신의 우울한 정도를 1-10까지 숫자로 정해 알려주고 특별히 받고 싶은 서비스 종류를 선택할수도 있다.


연희는 며칠동안 씻지 못해 '씻기'를 밥을 어제 이후로 못 먹어서 '식사' 그리고 너무나 더러운 방을 둘러보고 '청소'까지 서비스를 신청했다.


이제 연희를 도와주기 위한 돌봄로봇이 전용차를 타고 도착할 것이다. 연희는 그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되었다. 로봇이지만 자신을 도와주고 필요한 일을 해주러 어떤 존재가 오는 거니까 혼자라는 기분이 어느 정도 나아졌다.


이 서비스는 돌봄 로봇 숫자의 한계로 일년에 이용할수있는 횟수가 12번으로 제한되어 있어 연희는 아끼고 아끼다가 진짜 힘들 때만 이용했다.


띵동띵동

드디어 돌봄로봇이 도착했다. 연희는 며칠째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었었지만 이번에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로봇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동그란 눈과 동그란 얼굴 그리고 하얀 원통형의 몸에 바퀴가 달린 돌봄로봇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귀여웠다. 아마 친근감을 주기 위해 일부로 귀엽게 보이게 만들었으리라.


"안녕하세요? 김연희님! 연희님이 요청한 돌봄을 실행하기 위해 왔습니다. 먼저 어떤 일을 하시기 원합니까? 씻기, 식사,청소 중에 선택해주십시요"

연희는 며칠째 못감아 떡이 진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씻기요"

"그럼 씻기 먼저 도와드리겠습니다. 욕실로 제가 부축해드릴까요?"

"응, 나혼자는 도저히 못 가겠어요."

돌봄 로봇은 연희를 부축해 욕실에 데려다주고 욕실의 물을 틀어주고 물의 온도를 맞춰주었다. 이렇게 도와주니 아주 큰일 같고 힘들게 느껴지던 샤워가 할 만하게 느껴졌다.


연희가 샤워를 끝내자 돌봄 로봇은 참 잘 했다며 칭찬을 해주고 스마트본에 있는 돌봄 로봇앱에 칭찬 스티커를 찍어주었다. 이걸 다 모으면 돌봄 로봇 일회 이용권을 받을수 있었다.


그다음에 연희가 식사라고 대답하자 돌봄로봇은 자신의 몸에 있는 즉석밥과 죽 메뉴를 가슴의 모니터 위에 띄웠다. 아직까지 요리를 할수있는 기능은 없기 때문이었다. 연희는 그중 콩나물국밥을 골랐다. 5분쯤 지나자 로봇의 가슴부분이 열리며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콩나물국밥이 나왔다.


뜨끈한 국물과 시원한 콩나물국물을 먹으면 기운이 날 것 같았는데 실제로 그랬다. 연희는 오랜만의 따듯하고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었다. 즉석밥이였어도 누군가 챙겨준 음식은 더 맛있었다.


연희가 식사를 다 하자 이제 남은 건 청소뿐이었다. 돌봄 로봇은 연희가 보고 있는 앞에서 쓰레기장 같았던 방 안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언제보아도 마치 마법같은 장면이었다.


"이제 오늘의 돌봄은 다 끝났습니다. 기분이 좀 나아지셨나요? 우울증 환자를 위해 개발된 돌봄 로봇 i-3은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 있습니다. 필요할 때 꼭 불러주세요.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잘 가요. 돌봄 로봇'"


연희는 돌봄로봇이 나가는 문을 향해 손을 계속 흔들어주었다. 연희는 이제 깨끗해진 방과 부른 배 그리고 상쾌하게 씻은 몸을 가지고 있었다. 서서히 단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한숨 자고 나면 오랜만에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이 찾아올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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