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제 Dec 26. 2022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간다

오늘 친부에 의한 친족성폭력으로 자살한 21살짜리 여성의 기사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경찰에서 잘 처리를 안 해줘서 많이 좌절했다고 한다. 그 기사를 읽으며 내게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나를 스토킹한 구남친에 의해 강간을 당한 일이 있었다. 남자의 힘을 못 이긴다는 것을 느꼈을 때의 무력감, 새벽에 집에 간신히 돌아오던 길이 아직도 생생하다.


웃프게도 나는 어릴 때 친오빠에 의해 친족성폭력을 겪은 일이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크게 상처를 받지는 않았다. 나는 크면서 혹시라도 강간을 당하면 너무 고통스러워 죽을 거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그동안 보아온 것으로 봤을 때 내가 받을 2차 가해가 더 클 것 같아서 그냥 포기했었다. 가끔 그때 신고했으면 어떨까 생각도 들지만 역시 나는 안 했을 것 같다. 신고를 할까 말까는 오직 피해자의 의사에 맡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상처를 덜 받은 이유 중 또 하나는 그동안 읽어온 책과 상담으로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세계에는 선의가 있는 만큼 악의가 있다. 그렇지만 나는 살아가기로 선택한 만큼 살아갈 것이다. 두서없는 글이지만 그냥 쓰고 싶어져서 썼다.


그냥 이런 말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릴 때 가족에게 성폭력을 당했어도 커서 또 강간을 당했어도 내가 가진 존엄과 생명력은 완전히 꺾일 수 없었고 나는 계속 살아간다고.



<소생하는 영혼> 중 선언, 호즈미. 준

작가의 이전글 우울증 환자들을 위해 - 돌봄 로봇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