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정치 상황에서
집사람과 함께, 코스트코에 들렸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끝내고, 돈을 지불하려는데, 카운터의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더러 '몇 살이냐?'는 것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가 되는 일이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나이를 묻는 것은 실례가 안 되는 것일까?
그녀는 40, 50대의 히스패닉 여자처럼 보였다. 나도 사실은 그녀를 조금은 남다르게 보았던 점은, 물건을 하나씩 바코드를 찍을 때마다 내 쪽으로 보내주는 것이 정확했고 빨랐다. 여늬 때에는 카운터 외에 다른 한 명의 보조 직원이 물건을 카트에 실어주곤 했었는데, 그날따라 그런 직원이 없어서, 손님들이 자기 물건을 직접 카트에 싣고 있었다. 암튼 그녀가 나에게 정확하고 빠르게 물건을 보내주어서, 나도 그 속도에 맞춰서 착착 카트에 잘 담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녀는 나랑 그날따라 아주 죽이 잘 맞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묻다니?
그래서 내가 되물어봤다. 내가 몇 살처럼 보이냐고... 그녀는 잘 모르겠단다. 허기사, 저들은 우리 동양인의 나이를 제대로 못 맞춘다. 반면에 우리도 저들의 나이를 동양인 나이 맞추듯하면 못 맞추는 편이다.
내가 75살이라고 했더니, 그녀가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그녀가 다른 카운터 쪽을 가리킨다. '저들을 보라! 다들 느릿느릿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나더러 나이에 비해 아주 빠릿빠릿하다는 것이다. 칭찬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근데, 사실은 울 마나님은 나더러 아직도 느려터지다며 좀 더 빠릿빠릿하게 하라고 다구 친다)라고 할까 하다가, 내 혼자 속으로만 되뇌었다. 그녀가 뒤로 넘어갈까 봐도 그랬지만, 그보다는 뒤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놔두고 둘이서만 계속 수다를 떨 수가 없어서, 그냥 거기서 끝냈다.
집에 돌아와서 텔레비전을 트니, 쇼트트랙 경기가 한창이다. 그야말로 빠릿빠릿한 한국 젊은이들이 금메달을 휩쓸다시피 한다. 남자고 여자고 계속 태극기가 나부끼게 만들고 있다.
'그래 맞아. 한국인들은 원래 저렇게 빠릿빠릿한 것이다. 모두들 무엇이든 열심히 하고 그리고 빠르게 처리하지. 그런 결과로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을 제치고 저렇게 우승을 하는 것이고, 나도 같은 DNA를 가진 덕에 오늘 칭찬을 다 들었다. 그런데... 모든 것에 그렇게 열심이고 빠릿빠릿한 것만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 가보다.
특히 정치에선 그렇다. 정치에서도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다 보니, 더 혼란으로 치닫는가 보다. 좌는 좌대로, 우는 우대로, 모두들 빠릿빠릿하게 자기주장들을 하고 시위까지 나서다 보니, 몇 날 며칠을 추운 밤을 아스팔트에서 지새우며, 그러고도 또 끝도 없이 계속 치닫는다.
좌파들은 희한한 대형 깃발들을 흔들어대고, 우파들은 재미있는 노래까지 만들어서 부른다. 흥에 겨운 시위자들은 축제 아닌 축제에서 모두들 신이 난 듯 보인다. 드라마보다도 더 짜릿짜릿한 새로운 스토리가 연일 쏟아지다 보니, 요즘은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뚝 끊어졌다 하지 않은가.
저렇게 모두들 빠릿빠릿하게 양쪽이 극단을 치닫는데, 이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사람이나 체제가 안 보이니 답답하다. 존경받아야 할 사회의 지도자급 인사들까지도 모두 양 진영으로 나뉘어서 끝까지 어디 한번 해보자며, 마치 서로 마주 보며 달려드는 기차와도 같다.
그 여파는 교민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병원에 정기 검진받으러 갔었다. 큰 건물에 주로 한인 각종 병원들이 모여있는 빌딩인데, 어느 병원에서인가 TV를 크게 틀었는지, 복도에까지 크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난 진료가 끝나서, 복도로 나가니, 어느 한인이 자기 셀폰을 크게 소리 나게 틀어 놓은 것이었다. 난, 셀폰의 소리가 마치 확성기 틀어 놓은 것처럼 저렇게 크게 들리는지 전엔 미처 몰랐었다.
그 소리를 들어보니, 금방 알 수가 있었다. 저 자는 좌파다. 좌파의 유튜브 방송을 그렇게 크게 틀어 놓고는 남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 방송 내용에 신이 났는지, 아주 좋아죽는다. 힐끗힐끗 주위 사람들을 쳐다보며 함께 공감하기를 바라는 듯 보였다.
(야! 시끄러워! 좋으면 너 혼자나 듣지, 이게 뭐 하는 짓이냐!)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하면 뭐 하겠나. 그래봤자, 병원 복도에서 싸움 밖에 더 하겠는가? 그 자도 나이가 나랑 얼추 비슷해 보였는데... 여태껏 좌파 짓을 하고 있네?
젊었을 때, 좌파 한번 안 되어 본 사람이 있었나? 살다 보니, 철이 들어서, 이제는 제 방향들을 찾아가고 있구먼, 저자는 여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자의 뒤통수를 째려주는 것 밖에 없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랬든 저랬든, 나라의 향방은 그 나라 국민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선택을 해도 부정 선거가 있다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 아닌가? 한국에서만도 부족해, 이제는 전 세계로 그 부정 선거를 수출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들이 속속 터져 나온다.
암튼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이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그것도 빠릿빠릿하게 달려든다면, 순식간에 자기 몸을 불사르게 된다는 것쯤은 알아야 할 텐데...., 매일매일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런 상황을 지켜보며..., 이름만의 민주 사회가 아닌 진짜 민주 사회가 되기를, 그래서 모든 것이 합하여 선을 이루어 나아가기만을 기도드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