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은?
옆 가게, 리쿼 스토어의 유대인 매니저와는 늘 이스라엘에 관해서 이야기하곤 했었다. 그런데, 그러던 그가 갑자기 첨 듣는 이상한 이야기를 한다. '오징어 게임'을 봤냐는 것이다. '게임? 우린 그런 거 안 한다.' (어린애도 아니고, 뭔 게임? ) 그랬더니 나더러 '당신, 한국 사람 맞냐?'는 것이다. (게임과 한국 사람이 무슨 상관?)
그랬더니, 이 이스라엘 친구가 오징어 게임에 대해서 열을 내면서 이야기해 준다. 인터넷 게임이 아니라, 드라마란다. 드라마? 우리 집 사람과 나는 드라마 끊은 지 오래되었다. 드라마라는 것이 시간만 잡아먹고, 전과 같지 않게, 요즘 작가들의 수준이 영 아닌 것 같아서이다. 아님, 요즘, 우리의 수준이 높아져서일까? 암튼 요즘은 드라마보단, 유튜브가 생긴 이래로, 유튜브도 다 볼 시간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유대인 친구 때문에, 오랜만에 집사람과 함께 드라마를 틀었다. 드라마를 아예 시작하질 말아야지, 일단 보기 시작하니까, 꼭 끝장까지 보기 마련인데, 집사람은 내용이 너무 끔찍하고, 비신앙적이고 어쩌고 하며 도중하차를 했다. 도중하차하면 탈락인데.... 탈락하면?... 죽는데... ㅎㅎ 어차피 이 세상 속에 묻혀서 살고 있으면서 굳이 미디어나 문화와 단절하거나 격리한다고, 과연 올바로 사는 것일까? 그보다는 남에게 본을 보이며 좋은 영향을 끼치고, 이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특정 종교를 폄훼하는 장면이나 잔혹한 장면은 나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의 드라마가 저렇게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다고 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선은 대견스럽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연출도 한다니, 나도 비록 극작도 쓰고, 연출도 해본 아마추어이지만, 그런 나로서는, 부럽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손님이, 우리더러 ‘한국 사람이냐?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물어온다. 얼마 전, ‘기생충’이란 영화가 화제가 된 적도 있었지만, 그래서 한편 걱정이 되는 점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 ‘이상하고 잔혹한 나라’ 밑바닥의 최하층민의 생활상이 자칫 한국인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점도 있다.
암튼 워낙 인기가 있어서, 곧 2편이 나올 것 같은데, 1편에서 못 다룬 우리 어렸을 적의 게임으로는, 모래밭에서 하는, 두꺼바 두꺼바 뭐하니, 말타기, 땅따먹기,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연날리기, 기마전, 깽깽이 박치기 (여자아이들은 공기놀이, 고무줄놀이)등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신나는 것은, 기마전과 말타기였다. 어른들은 말타기는 허리를 다칠 염려가 있다며 말렸지만, 우리들은 담벼락만 있으면 곧잘 놀았다. 따뜻하고 출렁하는 친구 등에 멀리서부터 뛰어가서 올라탄다는 것은 참으로 산 나는 놀이였다. 물론 지게 되면, 말 노릇해야 하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1편에서도 나온 딱지치기에는 요령이 있다, 크기도 클수록 좋고 재질은 무겁고 딱딱해야 잘 넘어가지를 않고, 딱지를 칠 때, 팔이 내 허벅지 쪽으로 내려치다 보니, (나중에는 허벅지가 부르트지만) 날이 어두워지고, 엄마가 골목길에 대고, 'OO야! 밥 먹어라!'라고 소리치실 때까지 우린 놀았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게임 중, 과연 몇 가지나 전수가 되고 있을까?
또 다른 면에서는, 우리가 요즘 이 세상에서 산다는 것이, 이미 오징어 게임에 들어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코로나 판데믹 시절에 들어와서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남들은 어떻게들 사는지, 잘들 지내고는 있는지 모르지만, 특히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경제는 과연 되살아날는지 (어떤 게임이 전개될지) 그 게임마다 살아남을 수는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마치 오징어 게임에 임한 사람들의 심정과 똑같다. 드라마 속의 그들이나 우리나 모두 자원해서 게임에 참여한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으로도 글로벌 자본과 빅텍이 좌지우지하는 형국도 닮았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가니, 주위의 친구들은 하나씩 저세상으로 떠나고 있으니, 나도 언제 갈지도 모르는 것처럼 오징어 게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실감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요즘 세상에서 만일까? 옛날 고전이나 역사책을 보거나 특히 성경을 읽다 보면 옛날에도 수많은 전쟁과 기아와 질병들로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절대 군주의 손아귀 속에서, 극한 경쟁의 치열한 진흙탕 속에서 혼신을 다해 살려고 발버둥을 치며 살아왔음에, 지금의 우리는, 혹독한 오징어 게임에서 살아남은 그런 선조들의 후예이다.
동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유명 관광 명소 중의 하나인, '베슬'을 찾았다. 그런데 나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일행이랑 같이 와야만 들여보낸단다.. 나중에 또 가 보았다. 이번에는 아예 문을 닫아버렸다. 자살하는 사람들이 자꾸 생겨서 그렇단다. 왜 그렇게도 자살을?
물론, 오죽하면 그 길을 선택하랴 싶지만, 개중에는 젊은이들도 끼어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물론 드라마에서 한 이야기이지만, 참가자들이 자기만은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참가를 한 것이고 또 살기 위해서 모든 것을 해내는 그런 것이 사실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쩌면, 얼마 전에도 파워볼의 로또 당첨금이 6억 불이 넘도록 그 많은 금액을 불려준 모든 참가자도, 어쩌면 자기는 그 당첨금을 혼자 다 가져갈 수 있는 행운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기대의 금액이 그렇게 많았던 것이리라.
대부분이 그런 희망과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진대, 생명을 베슬 위에 올라 몸을 던지는 것은, 모두 살려고 몸부림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사치이고 복에 겨워. 하는 짓거리처럼도 보인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보여주는 역할을 하고 엄마는.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절대로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을 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데, 암튼 이 세상의 오징어 게임에서 후손들이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라도 엄마 아빠의 책무가 제일 중한 것일 것이다. 그보다도, 오징어 게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끝부분에서 ‘456’이 후배를 죽이지 않고, 칼을 땅에 꽂으며, 돈도 포기하려는 그 마음과 행동이었다. 역시 이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세상일 것이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