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오래 살고 볼 일이야

by 빨간 우산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을 만한 일이 최근에 하나 생겼다. 그동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가면서 만들어온 내 유튜브 동영상이 폭풍?을 맞아, 미쳤다? 갑자기... 전에는 조회수라 해봤자, 고작 100 - 200 회 정도였는데, 갑자기 어떤 동영상은 66만을 넘고, 다른 영상도 몇 십만의 조회수를 보이는 것이다. 구독자 수도 그동안에는 한 명씩 한 명씩 늘던 것이 갑자기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모든 일이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만은... 은퇴할 나이가 되어가니, 은퇴하면? 친구들이 들려주는 은퇴 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무료하게 지내는 것보단, 무엇인가라도 일거리를 하나 만들어서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은 나더러 가급적 은퇴를 늦추라고까지 권유한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놈의 코로나 때문에, 은퇴가 자꾸만 늦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코로나에 고맙다고 할 사정은 또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서 은퇴에 대비해서 유튜브는 시작해보았는데, 그런데... 그 일이 절대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촬영보다는 특히, 편집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정신 바짝 차리고 해야지, 편집은 조그만 실수라도 용납이 안 된다. 또 한 번 배운 것은 결코 잊어버리면 안 된다. 아니면, 또 많은 시간을 빼앗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내가 수고하며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결과는 너무나도 형편이 없었다. 단지 나를 불쌍히 여기는, 주위의 친지나, 친구들이 해준 구독과 응원 덕에 근근이 버텨오면서, 마음 한구석에는 '이렇게 힘든 걸 계속해야 혀?' 하며... 고민도 했었다. 그래도 일단 촬영은 해 놓고 봐야잖냐 싶어, 그날도 타임스퀘어에 가보았다. 그랬더니...


요즘은 코로나가 많이 풀려서인지, 관광객들도 제법 많이 붐볐다. 아니, 그곳은 코로나 이전의 시대로 이미 돌아간 듯도 보였다. 한쪽에는 많은 사람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고 모여 있다. 타임스퀘어에 가 볼 때마다 이런 광경을 많이 목격하게 되는데, 보나 마나, 흑인 청년들이 관광객을 모아놓고는, 일종의 쇼를 벌이며 돈을 받는 버스킹일 것이다. 그런 버스킹쯤으로 알고 지나치려는데, '엇? 설치되어있는 음향기기들이 차원이 다르다? 뭐지? 무슨 큰 공연이라도?' 하는 찰나에, 음악이 울려 퍼지며 환호성이 터진다. 가려던 발걸음 멈추고 보니, 여러 명의 한국? 여자들이 뛰어 들어오며 춤을 추는 것 아닌가. 대박! 유튜버의 직업의식 발동으로 일단 촬영을 시작했다. 지난 성탄절쯤에도 한국의 어느 걸그룹이 뉴욕 증권거래소 앞의 큰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부류의 공연쯤으로 생각했다. 타임스퀘어를 관광 구경하듯 촬영하는 것보단, 이런 특별 이벤트를 촬영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에, 웬 떡이냐 싶어, 촬영을 계속했다. 그리고, 이런 특별한 이벤트는 가급적 유튜브에 하루빨리 올리는 것이 상책이다. 하지만...


당시는 사순절 기간이었다. 경건하게 지내야 하는 시기에 경망스럽게? 어찌? 촬영이야, 또다시 없을 기회라서 촬영은 해 두지만,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것은 고민해야 할 처지이다. 그녀들이 추는 춤은 '보깅 댄스'라고 해서, 아무리 요즘 유행하는 춤이긴 하지만, 나이 든 사람이 보기에는 좀 야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편집과 Upload 시키는 것은, 부활절을 지내고 나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날 모인 많은 사람이 그냥 보는 사람은 몇 안 되고, 대부분 손에 들고 있는 것이 하나씩 모두 있었으니, 지금 세상은, 만인 사진 촬영기사 시대. 그들이 그 영상들을 모두 유튜브에 다 올리기야 하겠는가만은, 그래도 상당수는 그 영상을 실제로 유튜브에 올렸다. 한데, 조회 수가 가히 폭발적이다. 저들의 조회 수는 무려 몇 만씩, 심지어 어떤 영상들은 몇십만 씩 (나중에 알고 보니 거의 백만 가까이 올라가는 영상들은 공연에 참여한 헨리나 댄서들 측에서 올린)이나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배 아프고, 열나고, 마음이 흔들렸다. 나도 저들처럼, 사순절 생각할 것 없이 그냥 올릴까? 하고... 세상에 사노라면, 이런 갈등을 종종 겪게 된다. 하지만, 결국은 부활절을 넘기고 나서야 나는 편집에 손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남들보단 몇 주나 늦었지만, 나로서는 처음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조회수가 고공행진을 하고, 유튜브사에서도 꽃가루를 뿌려주며 축하해주고 난리가 났다. 전에는 조회수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였는데, 이제는 자고 일어나면, 엄청나게 내 영상을 많이 본 기록이 쏟아진다. 지금까지도 그 상승세는 멈추지를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 영상 안에서 댓글들이 두 패로 갈라져서 싸움터로 변했다


한국에서는 정치권에서만 둘로 갈라진 줄 알았는데, '헨리'에 대해서도 완전 두 패로 나뉘는 것 같다. 한편에서는 헨리가 다시 등장하는 것에 환호를 보내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비난의 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헨리가 한국서 돈 벌고 중국에는 나중에 갔느냐? 아니면, 중국에서 먼저 뜨고 한국에는 나중에 왔느냐의 엇갈린 평판도 있었고, 또 어떤 댓글은, 나를 가르치려 든다.


난, 첨엔 어느 걸그룹인 줄 알았다. 왜냐면, 한 댄서가 처음 소개 시간에 자기네를 '추자'의 그룹이라고 소개를 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게 아니란다. 걸 그룹이 아니라, 댄서들 각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스우파란다. 스우파? 난 첨엔 어느 파에 속한 부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스트리트에서 춤추는 대항을 하는 여자를 뜻한단다. 즉, Street Woman Fighter, 약자로 SWF라고 하는데, 그 영어를 한국말로 그대로 옮겨서 스트리트의 '스' 우먼의 '우' 그리고 파이터의 '파'가 조합되어서 만든 단어였다. 또 어떤 댓글들은...


나더러 '어떻게 이런 복(우연히 게릴라 공연을 볼 수 있었기에)을?... 전생에 아마 나라를 구하셨나?’ 등의 댓글도 많았다. '이 일이 그 정도여?' 근데 나도 사실 고민이다.


그동안 젊잖게 여행 영상이나 찍어 올리던 채널이, 이번 일을 계기로, 갑자기 연예계?로 방향 선회(그러려면 젊은 아이들이 종일 줄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서 환호성을 지르며 보는 그런 공연이나 따라다니며...)할 수도 없는 것인바, 게다가 남들은 나보다도 머리 회전이 빠른 것 같다. 나는 타임스퀘어에 가서 그것도 우연히 보게 되어 운이 좋았다고만 여겼는데, 다른 유튜버들은, 공연 팀이 한 곳만 아니라 뉴욕의 여러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다른 곳에서도 게릴라 공연, 버스킹을 할 것을 짐작하고 다른 곳들도 다 따라다니며 촬영을 한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이 공연은 한국의 JTBC에서 방송용으로 '플라이 투 더 댄스'를 촬영하는 공연인 것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하지만, 나도 이런 문제를 돌파할 방도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니, 그것은, 요즘 유튜브사가 장려하는 방침을 이용하면 된다. 즉, 다른 이가 올린 영상을 복사해서(불법이 아니라, 장려책이다) 쇼츠(세로로 만든 짧은 영상)로 만들면 된다.


암튼 살다 보니,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싶어, 인생이란 오래 살고 볼 것이고, 살다 보면, 살맛이 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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