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왜 중국이 아닌 대만인가요?

by 김요셉

내가 대만에서 살면서 느낀 건, 대만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주요 관광지를 조금 벗어난 곳을 가게 되면 항상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본다. 이윽고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본인들이 평소에 궁금했던 걸 이것저것 물어보곤 한다.


한 때는 조금 먼 지역까지 가서 중국어 시험을 보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이내 밥을 거의 다 먹었을 때, 사장님이 내게 다가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어보았고 나는 한국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마치 고향 사람을 만난 듯이 기뻐하며 메뉴판을 가져왔다. 본인 가게에 잘 나가는 메뉴를 몇 가지 고르더니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하는지물어보았다. 나는 친절하게 알려주고 그 끝에 이유를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본인 가게에 한국 사람이 가끔 찾아오는 데, 그때 본인이 추천해주고 싶어서 그렇다고 했다.


한 가지 기억나는 일이 더 있다.


내가 살던 원룸 근처에 자주 가는 아침 식당이 있었다. 매일 아침을 그곳에서 먹게 되니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내가 한국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고 있었는데, 직원이 나에게 한국어로 "오빠"라고 했다.


그러자 내 뒤에 있던 대만 아저씨가 나에게 한국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내가 맞다고 하자 수줍게 웃으면서 본인 휴대폰을 보여주셨는데, 장윤정의 노래를듣고 있었다. 그리곤 이 가수를 '내가 아는지' 물어봤고 내가 '유명한 가수'라고 말하니 매우 좋아하셨다.


그러한 이런저런 호기심 끝에 물어보는 질문은 항상 같다.


"왜 대만에 왔는지" 그리고 "왜 중국이 아닌 대만을 선택했는지"를 꼭 물어본다.


나는 그때마다 대만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오게됐다고 답한다. 그러면 대만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나 영화가 더 재밌고 유명하지 않냐고 내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오히려 대만 드라마와 영화만이 가지고있는 감성에 대해서 되려 대만 사람에게 설명하곤 한다.


내가 대만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건 중학생 때였다. 그때 본 영화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는데,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마다 그 영화 이야기를 했다. 어떤 친구는 극 중에 나오는 피아노곡 Secret를 칠 줄 안다고 자랑할 정도로 큰 인기가 있었다. 그렇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던 대만 영화에 대한 추억은 잠시 잊은 채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어느덧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됐다. 이전에 어떤 이유로 중국어를 잠시 공부했지만 이미 머릿속에 지워진 지 오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대만 영화 '남색대문'을 추천받았고, 그 영화 보고 나서 다시 어릴 때 봤던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찾아보게 됐다. 그 순간 '대만 감성'에 대해 푹 빠지게 되었고 다른 대만 영화와 드라마들을 찾아보게 됐다.


정신을 차리니 드라마 '상견니'를 몇 번이나 정주행 했으며, 영화판 개봉에 맞춰서 상영관에 찾아가고 드라마 OST를 하루 종일 부르고 있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만' 중국어 공부를 하게 됐다. 처음에는 무작정 영화 '남색대문'이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쉐도잉 하는 것부터 시작했고 결국에는 대만 선생님을 구해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반쯤 대만에 미쳐있을 때, 부모님이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못 가봤는데 아빠 퇴직 겸 해외여행을 가보자고 했다.


나는 부모님과 형에게 내가 중국어를 할 줄 아니 대만에 가보자고 했고 가족들은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 가족은 그해 크리스마스 연휴에 대만으로 여행을다녀왔다. 대만 여행은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고, 나에게는 다시 대만에 돌아와야 한다는 동기를 심어주었다.


대만 워킹홀리데이의 목표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내가 좋아하는 대만 영화-드라마주요 장면의 촬영 장소를 직접 가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출국 전 한국어와 중국어로 촬영 장소를 찾아보고 해당 장소를 구글맵에 저장했다. 그리곤 수업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시간이 나면 해당 장소를 찾아갔고 사진을 찍었다.


대만 사범대학교 언어중심은 가을학기와 겨울학기 중간에 약 1~2주 정도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데, 그때는 상견니의 주요 촬영 장소인 타이난을 2~3일 정도 여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쌓인 인증 사진들이 20장이 넘는다.


대만 사람들에게 "대만 드라마와 영화가 좋아서 대만에 왔어요"라고 하면, 못 믿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그때마다 내가 고이 간직한 사진들을 보여준다. 대만 사람들을 놀라면서 내 대답이 사실임을 확인하며감탄한다.


그 반응을 보면 그동안 대만에 와서 남겨가는 게 있구나 하고 내심 뿌듯하다. 그래서 새로운 대만 사람들 만날 때면 속으로 '어서 빨리 왜 대만에 왔는지를 물어봐주세요'라고 기대를 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대만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해서 그리고,

대만의 감성을 찾아서 대만에 왔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퇴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