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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코 Jul 15. 2021

행복이 조건부가 아닌 이유

지속 가능한 행복에 대하여

많은 경우, 우리는 행복을 조건부로 생각하고는 한다. 조건부의 행복이란 '만약 A가 충족된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 시험에 합격하면 행복할 거야' '연봉이 오르면 행복할 거야' 'xx와 연애를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거야' '올해 결혼을 한다면 행복할 거야' '집을 살 수 있다면 행복할 거야' '이 목표를 이루면 행복할 거야' 와 같은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면 이것은 조건부의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행복은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형태이다. 나의 전반적인 행복감이 특정 조건의 충족에 의존하게 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1. 조건의 충족으로 인한 행복감은 오래 가지 않는다
쾌락의 쳇바퀴(Hedonic treadmill)라는 개념이 있다. 큰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상황이 오더라도,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금새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상황에 금새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또 새로운 쾌락을 찾아 나서게 되며, 이 과정이 러닝머신을 타는 것처럼 끝이 없기에 Treadmil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인생에서 있었던 큰 성취나 행운을 생각해보자. 그 행복감이 얼마나 지속되었는가? 조건의 충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의 수명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다. 특정 직장에 취직했다거나 특정 인물과 연애를 시작했다거나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하는 것들은 어느새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어버리고, 당연하고 익숙한 것이 되는 순간 우리에게 더 이상 행복감을 안겨주지 못한다.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만족감이 오래가지 않는 것은 인간의 본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행복감이 사그라드는 것은 생존을 위한 기제의 일종이다. 원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맛있는 것을 먹으면 행복해진다. 그런데 만약 이 행복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사냥감을 찾아나설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빨리 배고파져야 번거롭고 귀찮더라도 사냥에 나서지 않겠는가. 조건의 충족으로 인한 행복감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던 개체들은 짐작컨대 금새 도태되었을 것이다.

현생인류는 문명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원시인의 후손이기에 동일한 기제를 보유한다. 조건의 충족으로 인한 행복감이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2.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금새 결핍에 집중하게 된다

조건부의 행복은 그 정의상 결핍과 부족에 집중하고, 그것이 채워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결핍과 부족에 집중하는 태도에서 발현되는 것이 조건부의 행복이다. 안타깝게도 결핍과 부족은 사라지지 않는다.

첫번째는 절대적인 결핍과 부족이다. 인생의 다양한 영역들에서 모두 충만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조건부의 행복은 특정 영역의 충만에 집중하게 되는데, 이 영역이 충만해지더라도 다른 영역들에서는 여전히 결핍과 부족을 겪기 마련이다.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상태라면 어떨까? 금새 이 결핍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연애를 하더라도, 결혼을 원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면 어떨까? 역시나 이 결핍에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문이 열리면 그 뒤로 닫혀 있는 다른 문들이 나타나고, 하나의 항아리가 채워지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비워져 있는 항아리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인생의 어느 구석에서는 결핍과 부족이 존재하며, 결핍과 부족에 집중하는 태도는 이것들을 찾아내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두번째는 상대적인 결핍과 부족이다. 특정 영역에서 나보다 훌륭한 사람들, 나보다 좋은 조건과 상황을 누리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한다. BMW를 샀는가? 포르쉐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포르쉐를 샀는가? 람보르기니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20평짜리 집을 마련했는가? 30평, 40평짜리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연봉 1억을 찍었는가? 연봉 2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연봉 2억을 찍었는가? 투자나 사업에 성공해서 수십억, 수백억을 만지는 사람들이 있다. (조건적으로) 훌륭한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는가? 그 사람보다 (조건적으로) 훌륭한 사람들은 수두룩하다. 생각보다 인간의 심리는 간사해서, 조건부의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타인과의 비교로 인해 이전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핍과 부족을 금새 찾아내게 된다.

어떤 조건이 충족된다면 특정한 결핍이나 부족이 사라지는 것이기에 나는 물론 행복해질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핍과 부족은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조건부의 행복의 작동 기제는 어떤 결핍과 부족이 사라지더라도 금새 다른 결핍과 부족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그 일시적인 행복감을 빠르게 지워버린다.

3. 자기 행복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타인이나 외부적 요인에 넘겨주게 된다.

행복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행복은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며, 타인이 대신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조건부의 행복을 추구하게 될 경우에는, 행복의 주체가 자신임에도 행복의 주도권과 결정권은 타인이나 외부적 요인에 온전히 넘겨주게 된다.

'진인사대천명' 이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많은 경우 일의 성패와 조건의 충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타인 또는 외부적 요소이다. 바꾸어 말하면 내가 어떤 일의 성공과 조건의 충족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이라면, 내가 행복해질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인 또는 외부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시험에 합격하면' 행복할 것 같은가? 나는 노력하겠지만, 채점관들과 경쟁자들의 실력에 따라 내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며, 이는 채점관들과 경쟁자들의 실력이 나의 행복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연봉이 오르면' 행복할 것 같은가? 나는 열심히 일하겠지만, 회사의 상사들과 인사 정책이 내 연봉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며, 이는 회사의 상사들과 인사 정책이 나의 행복감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A와 연애를 한다면' 행복할 것 같은가? 나는 열심히 구애하겠지만, 나와 만날지 아닐지는 A의 결정이며,이는 나의 행복감이 A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주식이 대박이 나면' 행복할 것 같은가? 내가 열심히 고민해서 주식을 샀겠지만, 그 회사의 사업 실적, 온갖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결정들과 거시경제적 상황들이 나의 행복감을 결정할 것이다.

행복해야 하는 사람은 마땅히 자기 자신이거늘, 조건부의 행복에서는 본인의 행복의 최종 결정권이 본인에게 있지 않다. 이는 근본적으로 삶의 주도권을 타인 또는 외부적 요소에 넘겨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4. 지금 행복하지 않다

조건부의 행복은 미래의 상황을 가정한다. '만약 A하다면 행복할거야'라는 심리를 쪼개서 생각해보자. '만약 A하다면' 이라는 것은 지금 A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A가 충족되더라도 이것은 미래의 일이고, 현재는 결핍되어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내가 행복해지는 것은 미래의 일이고, 가능성이다. 조건부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지금 나는 행복하지 않거나 불행하다. 당신의 행복은 기약이 없고, 가능성도 100%가 전혀 아닌데, 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조건의 충족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일이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이 충족되는 것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조건의 충족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매진하게 된다면, 인간의 변화와 발전을 위한 검증된 방법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성취감이 발생하게 되는데, 다른 글들로 후술하겠지만, 성취감은 행복의 핵심적인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조건의 충족을 바라고 또 이를 위해 매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나의 전반적인 행복감이 특정 조건의 충족에 따라 결정되게 될 경우, 상술한 이유들로 인해 이와 같은 행복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안정적이지 않다.

행복하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행복을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정작 그 행복이 지극히 일시적이며 한없이 불안정한 것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행복의 형태가 있다면 그것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다면 어떤 행복이 지속 가능하며 안정적일까? '관점과 태도에 의한 행복'이다. 이 또한 완벽한 행복의 형태는 아닐 수 있지만, 조건부의 행복과는 근본적으로 작동 기제가 다르기에 조건부의 행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요롭고 안정적이다.

'만약 A가 충족된다면 행복할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건부의 행복이라면, 관점과 태도에 의한 행복은 조건과는 전혀 무관하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어떤 상황에 처해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행복감의 기반 위에서 능동적으로 행복의 요소들을 찾아내고, 삶을 이런저런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더 간결하게 이야기하자면, 아래와 같다.

조건부의 행복은 '행복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나는 행복의 수용자가 된다.

관점과 태도의 행복은 '내가 행복을 만들고 찾아내는 것'이다. 나는 행복의 주도자가 된다.

관점과 태도에 의한 행복이 조건부의 행복보다 우월한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관점과 태도는 그 정의상 지속 가능하다

관점과 태도는 개개인에게 귀속되는 것이다. 개인이 존재하는 한, 그 개인의 관점과 태도도 동시에 존재한다. 의식불명 등의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한다면, 그 개인의 관점과 태도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며 사라지지 않는다. 관점과 태도는 당연히 가변적이고, 개인이 살아감에 따라서 바뀌겠지만, 관점과 태도 자체는 어떤 형태로든 개개인에게 귀속된 형태로 남아있을 것이다.

행복을 불러오고 행복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지닌다면, 행복 또한 그 개인이 존재하는 한 지속 가능하다.

2. 결핍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더러워진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면, 날씨가 아무리 좋더라도 세상은 혼탁해 보인다.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을 통해 세상을 보게 된다면, 날씨가 아무리 흐리더라도 세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관점과 태도는 인생에 있어 세상을 바라보는 유리창과 같다. 행복할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가진다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 만약 극도의 결핍이나 큰 고통이 찾아온다면 인간인 이상 무너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도 나중에 더 상세히 적어보고자 한다) 많은 경우 좋지 않은 여건과 상황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의 씨앗을 찾아낼 수 있다.

3. 행복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개개인이 가지게 된다

관점과 태도는 개개인에 귀속되므로, 관점과 태도의 발현도 개개인에게 특정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관점과 태도는 타인이나 외부적 요소가 앗아갈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내가 행복한 관점과 태도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행복해진다면, 행복의 주도권과 결정권은 온전하게 나에게 있는 것이다.

4. 지금 행복할 수 있다

내가 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상, 관점과 태도가 부재할 수는 없으며 지금 당장 내가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관점과 태도가 행복을 불러오는 관점과 태도라면, 나는 지금 당장 행복할 수 있다.

행복할 수 있는 관점과 태도를 지니고 살아간다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행복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상술하였듯이 행복에 대한 정의와 행복해지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조건부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조건부의 행복에 빠지기 쉬운 나날들이다. SNS에는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잘 먹고 잘 사는 사진들과 영상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누구누구는 주식으로 얼마를 벌었네, 코인으로 얼마를 벌었네, 부동산으로 얼마를 벌었네, 이처럼 수치적인 성공과 성취의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코로나로 인해 인생 전반의 불만족이나 불안감이 많이 올라와있는 상황에서, 조건부의 행복을 추구하게 되는 것은 사실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상황일수록, 조건부의 행복이 아닌 관점과 태도에 의한 행복을 추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행복은 누가 나에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들고 또 찾아 나서야 마땅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관점과 태도가 행복을 불러오는가? 이 주제에 대해 앞으로 더 많은 글들을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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