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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코 Mar 03. 2022

SNS와 '가짜 자선'에 대하여

우크라이나 사태로 생각해 본 SNS의 숨겨진 역기능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졌다. 이게 21세기에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믿기 힘들 정도로. 푸틴은 정규군을 동원한 우크라이나 전면적 침공을 감행했으며, 이로 인해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고 있으며 수많은 이재민들이 발생하는 등 많은 고통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SNS도 난리다. 


오늘은 그동안 내가 느껴왔던 SNS의 역기능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오늘은 다소 빠르고 짧게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국기로 프로필 사진을 바꾼다.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된 뉴스를 공유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의견을 덧붙이고 전쟁은 안 된다고, 러시아와 푸틴을 비난한다. ‘Pray for Ukraine’ 정도의 멘트를 올린다. 아니면 시크하게 #prayforukraine 정도의 해시태그도 괜찮겠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나는 좋은 일을 했어. 나는 무언가를 했어. 나는 어느 정도 문제 해결에 기여를 했어. 


완전한 착각이다. 이와 같은 행위들은 1도 도움이 되는 것이 없고, 이런 포스팅을 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전혀 없다. 


생각해보자. 이런 포스팅을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는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게 있는가? 아니다. 이것은 가상공간의 포스팅에 불과하기에 우크라이나 정부, 우크라이나 군인, 그리고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전혀 주지 못한다. 최소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와 같은 포스팅을 보고 힘을 내거나 위로를 받겠는가? 아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한국 SNS 계정에 도달할 확률이 극도로 낮고, 게다가 우크라이나인들이 볼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어로 적은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포스팅으로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는가? 아니다. 워낙 많은 뉴스들이 나오고 있으며 전황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시피 하기에 이런 포스팅으로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포스팅으로 사람들의 의견이나 인식이 바뀌었는가? 아니다. 이미 여론은 러시아를 규탄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런 포스팅으로 누군가가 러시아를 지지하다가 우크라이나를 응원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즉, 이와 같은 포스팅으로 바뀌는 것은 사실상 1도 없다고 보면 된다.


진정 우크라이나 사태가 우려스럽고 또 이에 분노했다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위는 없이 SNS에 포스팅을 하면서 기만적인 자기만족에 빠지게 되는 것이 큰 문제다. 사실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은 1도 없었는데, 심리적으로는 뭐라도 기여한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볼 것이고, 반응을 할 것이고, 좋아요를 눌러줄 것이니까. 그렇게 자기가 무엇이라도 한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것은 그야말로 가짜 자선이다. 그리고 자기가 하는 것이 가짜 자선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 문제다. 이어 더해 그렇게 가짜 자선에 심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행동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위한 기부라던지 그런 것들을 외면하거나 등한시한다면 그건 위선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위선은 SNS 상에서 횡행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뿐만이 아니다. SNS는 가짜 자선의 행태를 양산했다. 온갖 사회적 이슈가 터질때마다 SNS에 관련된 포스팅들이 올라온다. SNS는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무엇인가에 불합리함을 느끼고 분노를 했다면, 그것이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만 한다. 그래야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짜 자선과 이것의 결과물인 가짜 만족감은 이와 같은 실질적인 행동 가능성을 낮춘다. 개인으로써도 문제이지만,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들이 끊어지는 셈이니까.


조금 더 넓게 보자면, SNS는 가짜 성취감을 준다. 좋아요를 많이 받으면 무엇인가 대단해진 것 같다. 운동 사진을 올리면 사람들이 보고 칭찬을 한다. 책 읽는 사진을 올리면 자기가 많이 지혜로워진 것 같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가짜 성취감에 빠져서 정작 자기 발전을 등한시하게 된다면 큰 문제다. 일주일에 한번 깨작 운동하면서 그걸 찍어 올린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책 페이지를 찍느라고 독서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그리고 그 만족감에 취해 더 정진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SNS는 이와 같은 가짜 만족감을 무한히 제공해준다. 달콤한 자아상, 달콤한 인정. 그거면 되었으니까.


가짜 자선, 가짜 성취감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SNS 환경이다. 이것은 의외로 잘 모르는 부작용이며, 당사자들은 전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람이 관종이 된다? SNS로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다?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불행해진다? 이런 것들은 잘 알려진 부작용이고, 당사자들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SNS로 인한 가짜 자선과 가짜 성취감? 이것은 그야말로 위선적이고 위험한 부작용인데, 은밀하다. 하루 빨리 이 위험성을 깨달아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의가 구현되길 기원해 본다. 말만 앞서면 안되니까, 난민 지원을 위한 기부도 했다.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에 더해 조금이나마 더 많은 사람들이 가짜 자선과 가짜 만족감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도움 제공에 동참하게 될까 싶어 건방지게나마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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