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는 자, 셀프로 잘 끼워맞춰 알아들으시길.
지진이라도 나서,
겨우겨우 줄을 맞추고 모양을 맞추고 색깔을 맞춰
여백도 마련하고, 누울 공간도 네모 반듯하게 정해놓았던 생활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것처럼,
내 안의 언어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버렸다.
어순(語順)을 찾지 못한 주어와 목적어와 동사들이
제각각 어리둥절하며 쭈그려있다가는,
떠밀리는 놈이 먼저 튀어나오고
뒤늦은 놈은 그 놈대로 마음이 급해서 뒤따라 나오고..
그래서 방금 내 입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온 말들인데도
내것 같지 않고,
내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예전엔,
말들을 깨끗한 진열대에 순서대로 늘어놓고
'어때, 내 언어가 참 질서정연하지 않니?' 라든지
'어때, 이번엔 이렇게_의도적으로_멋있으라고 순서를 바꿔봤는데 어때?' 였다면
지금은 보따리 하나에
깨달았거나 들었거나 기억에 남아 있는 언어들을
우리 것이나 외국의 것이나 할 것 없이 몰아 담아 넣고 다니며
옷매무새도 갖추지 않고 손님 앞에 털썩-
들이미는 꼴.
부끄럽고
걱정스러운
나의 말들 앞에서...
할말을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