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거짓말을

by 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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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딱히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없어져서

그녀의 하루는 무료할 것이다.


틀어 놓은 TV 프로그램의 내용도 그녀의 몰입을 그다지 만들어내지 않는 것 같다.

아마 그녀의 TV는 그녀의 세상이 아직은 액자 속에 들어가지 않았음을,

아직은 정지화면이 아님을 말해주는 역할 정도를 하고 있을 것이다.


통화를 할 때마다 나는 TV의 음성을 착각해서

이웃분이 와 계시거나, 보행보조기를 밀고 노인정에라도 가셨나 싶어서 반가워했다.

이웃이나 노인정 친구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녀의 주변을 소리로 채워주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지 않게 눈 둘 곳을 만들어주는 TV가 고맙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 때면 대화가 뻔하다.

아픈 데는 없는가?

밥은 제 때, 따뜻하게 먹었는가?

밤일(야근)은 또 하는가?

손주들은 별 일 없는가?

이혼 당하지 않게끔 며느리에게 잘 하고 있는가?


자식이 안녕한지를 묻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한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이삼 분 정도의 통화 이외의 그 모든 적적한 시간을 안심하며 보내시도록 하는 데

딱 네 마디면 충분한 것이다.


아픈 데 없어요.

밥 잘 먹었어요.

퇴근하는 중이에요.

가족들 다 안녕해요.


아들의 삶은 그 정도만 채워지면, 어머니로서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는 것인데,

나는 바보 같이 너무 솔직했다.


오늘도 야근해요.

바빠서 주말에도 출근해요.

밥은 이제서야 먹으러 가요.

......


우선은 거짓말로 아들의 의무를 다 해야겠다.

나는 늘 잘 먹고,

야근은 어쩌다 약간만 하고,

오늘도 아픈 데 없이 쾌적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겠다.

가족은 행복한 여느 가정처럼 특별하지 않게 행복해야겠다.


우선은 그렇게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처럼 살아야겠다.

아들의 세계는 딱 그 정도만 채우고 살아도 잘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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