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vs 하버드대 장학금
하버드대 성적 장학금 없어 … 6만 5000달러 소득 가정 학생 전액 면제
서울대 성적 장학금 폐지, 922만원 가정 저소득 학생 학비 면제
하버드 대학에는 ‘성적 우수 장학금’이 있을까? 하버드 대학에는 ‘성적 우수 장학금’(merit scholarship)이 없다. 하버드 대학 뿐 아니라 예일, 프린스턴 등 8개 아이비리그 대학에는 성적 우수 장학금이 없다. 하버드와 쌍벽을 이루지만 아이비리그에 속하지 않은 스탠포드 대학에도 성적 우수 장학금이 없다. 또한 세계 최고 공대인 MIT와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칼텍)도 공부를 잘한다고 주는 성적 우수 장학금은 없다.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의 많은 명문 사립대학들은 공부를 잘했다고 장학금을 주지 않는다. 반면, 와슈나 듀크 등은 성적 장학금을 준다.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이다. 또한 대부분의 주립대학들은 성적 장학금을 준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성적 우수학생, 스포츠, 예술 특기자 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주지 않기로 협약을 맺고 있다. 오직 가정 경제 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보조금(Grant)형태로 학비와 기숙사비를 보전해 준다. 이것을 need based(가정 형편)에 따라 주는 보조금이라고 한다. 하버드 대학은 연간 소득이 6만 5000달러(한화 연 소득 7500만원)미만의 학생에게는 학비와 기숙사비, 식비 전액을 보조해 준다. 또한 18만달러(2억700만원) 소득의 가정 학생은 소득의 10%만 내도록 하고 있다. 예일 대학교는 연소득 6만 5000달러이하의 학생에게는 필요한 비용의 99%를 지원한다. 평균 7만4732달러를 학교에서 지원을 한다. 학생이 학교에 내는 평균 비용은 3450달러 정도다.
서울대가 2020년 1학기부터 성적우수 장학금을 전면 폐지했다. 성적 우수 장학금의 재원을 대신 가난한 학생들에 준다. 이미 고려대학교는 몇 년 전에 국내 대학 가운데 가장 먼저 성적우수 장학금을 폐지했다. 필자는 당시에 획기적인 발상, 아이비리그급 발상이라고 칭찬을 했다. 이어 서강대학교도 성적 우수 장학금을 폐지하고 저소득 학생들에게 ‘다산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학비를 보조해 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최고 대학인 서울대의 성적 우수장학금은 오래전에 폐지됐어야 한다. 만시지탄이다. 서울대는 소득 8분위 학생들에게는 학비 전액을 면제 시켜 준다고 한다. 2019년 2학기 기준 8분위 연간 소득은 연간 922만원이다. 월 76만 8000원이다.
성적 우수장학금은 공부를 잘하라고 주는 격려 성격의 돈이지만 공정하지 않을 소지가 크다. 지금의 제도하에서는 재벌의 아들도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받는다. 그러나 가난한 가정의 학생들은 학비를 벌기 위해 밤새워 일을 하느라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아일보 2017년 4월 1일자를 보면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서울 소재 일반고들의 '5개 교육특구(강남, 서초, 노원, 송파, 양천구)'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를 했다. 중앙일보 2015년 9월의 관련 보도를 보면 그해 서울대 합격생의 60% 이상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출신이며 또한 서울 합격생 중 30% 이상은 이른바 '강남 3구' 출신이다.
가난한 집 가정 학생들이 ‘개천의 용’이 될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대신 부잣집 좋은 환경의 ‘비단 잉어’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또한 어려운 환경의 학생들은 대학에 합격을 하고도 학비 조달이 어려워 공부할 시간에 24시간 편의점 등에서 일 하느라 학교 성적이 낮다. 서울대의 성적우수 장학금 폐지는 당연하면서도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서울대가 전액면제 기준으로 잡은 소득 8분위, 연간 소득 922만원은 너무 낮다. 하버드 대학이나 예일 대학처럼 연 소득 6만 5000달러 (연 소득 7475만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기준보다는 훨씬 더 올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뿌리고 있는 무상 복지성 현금 가운데 일부를 가난한 학생들의 학비로 돌려야 한다. 아이비리그 등의 사례 연구를 충분히 해야 한다. 미국 상위권 대학들이 가정 경제 환경에 따라 재정보조를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보조금을 줄 때 그 심사가 매우 까다롭다. 부정 수급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서울대도 부정 수급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