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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 부모가 아이 망친다



부모의 조급증이 자녀의 미래 망칠 수 있어
부모가 자녀를 과대평가해 나쁜 결과를 만들기도



P는 지방 고등학교 1학년을 중퇴했다. 담배를 피우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 공부는 완전 뒷전이다. P군을 면담해 보니 심성은 매우 고왔다. 겸손했다. 그러나 사업을 하는 엄마 아버지의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한 P군은 술, 담배를 하며 학업에 관심이 없고 오로지 친구들만 좋아했고, 결국은 감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려 자퇴를 했다. 보다 못한 할머니가 엄마를 설득해 국제 학교나 조기유학을 보내기로 하고 필자를 찾아왔다.


P군은 어릴 때 부모와 해외 여행을 많이 해 영어에 부담이 없다고 했다. 영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있느냐고 했더니 영어를 좋아한다고 했다. 필자는 아이와 부모에게 P군의 영어 능력을 미국 중학교 학생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나서 미국 등 영어권으로 학교를 보내자고 제안을 했다. 영어가 급했다. 아이는 국내에서보다 해외에 나가 영어를 배우겠다고 했다. 필자는 필리핀 바기오 지역을 추천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 아이는 필리핀 바기오 영어 연수기관에 6개월 예정으로 영어를 배우러 출국을 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샌다'는 말처럼 아이는 영어 연수기관에서 담배를 피우고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다 원장에게 적발이 됐다. 퇴출되어 귀국해야 할 상황에서 P의 아버지는 영어 학원 원장과 협상을 했다. 충분한 수업료를 더 낼테니 아이에게 기숙사 독방을 주고 담배를 피우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잘 적응을 했지만 영어를 익히는 데 예상보다 시간이 걸렸다. 앞서 이야기를 했지만 필자는 이 아이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서면 그 때 미국이나 중국 혹은 국내 국제학교(대안 학교)로 옮기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문제는 P군의 어머니였다. P군의 어머니는 조급증이었다. P군이 필리핀으로 간지 2달여 만에 생각만큼 아이의 영어 능력이 늘지 않자 아이를 국내로 불러 들이고, 필자에게 미국 고등학교 곧바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필자는 이 아이의 영어 능력을 Lexile로 다시 측정해 보았다. P군의 영어 능력은 미국 초등학교 3-4 학년 수준이었다. 이 정도 영어 능력으로 미국 고등학교에 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더구나 국내 고등학교에서 나쁜 성적을 받아 자퇴를 했으므로 곧바로 유학을 가는 데 다소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P군의 어머니는 "우리 아이는 미국에 여행을 가보면 마음대로 자기의사를 표현하고 물건을 사는 등 영어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녀의 영어 능력을 과대평가하면서 곧바로 미국 고등학교로 보내달라고 강력히 주문했다.


초등학교 3-4학년 영어 수준이라면 P군은 미국 고등학교에 가서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자칫 나쁜 친구를 만나 마약에 손을 댄다면 그야말로 아이의 미래는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필자는 아이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를 연구소로 초치해 상황 설명을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국내고등학교로 가든지, 필리핀에서 남은 기간 영어를 배우든지 아니면 국내 국제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영어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것을 조언했다. 그러나 P군의 어머니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방의 한 유학원이 P군을 곧바로 미국 고등학교로 보낼 수 있다고 했다며 필자에게 미국의 고등학교로 곧바로 보내달라고 말했다. 필자의 상황 설명에 P군의 할머니는 적극 동의를 했지만 P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미국으로 바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했다. 필자는 더 이상 아이의 진로를 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늘 이렇게 P군의 긴 사연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녀교육에 부모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부모들은 대체적으로 자녀의 능력을 더 과장한다. 그리고 핑계는 남에게 돌린다. 문제아를 두고 있는 많은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 또는 "우리 아이는 좋은데 친구를 잘못 만났어요"라는 말을 한다. 정말 그럴까? 이런 상황을 낳게한 원인이 학생 자신과 주변 친구에게 있는 경우도 있지만 학부모들에게 있는 경우도 많다. P군의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다시 제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렇지 못하다. 정작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모른다. 


공교육을 벗어나 대안학교로 학교를 옮기는 학부모들 가운데 자녀의 미래를 놓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다. 먼저 아이가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학생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이 보았지만 환경 문제 혹은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본다. P군의 학부모처럼 자녀를 과대 평가하고 자기의 고집대로 아이를 끌고 갈 경우 영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져 평생 후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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