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비움은 채움의 기다림이다.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대림은 영어로 'advent'다. 이는 라틴어 adventus에서 나온 말로 '오심'(coming)이란 의미다. 기독교인들에게 이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심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로마 통치 아래 절망의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메시아의 기다림은 삶 자체였다.


 라틴어 adventus는 '오심'과 함께 '재림'이란 중의적 의미를 갖고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대림 시기에 우리는 상징적으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다림과 동시에도 번째로 오실 그리스도 재림을 갈망한다. 대림절은 동시에 비움의 시기이기도 하다. 기다림은 만남을 전제로 한다. 기다림은 인내의 고통을 수반하지만 고통은 기쁨과 비례한다. 비움은  채움을 위한 기다림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등 대한민국은 전례 없이 큰 격랑 속에 2016년의 끝에 서있다. 경제는 엉망이고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의 여러 지표들은 국민들이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때보다 더 혹독한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국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발생한 박 대통령의 탄핵이 조기에 마무리되고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을 고대하고 있다. 긴 절망의 터널 끝이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대림 시기이기에 그 기다림이 더욱 간절하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다시 대림절에…'라는 시에서 기다림과 비움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절망하는 이들에겐 희망으로/ 슬퍼하는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십시오/ 앓는 이들에겐 치유자로/ 갇힌 이들에겐 해방자로 오십시오// 이제 우리의 기다림은/ 잘 익은 포도주의 향기를 내고/ 목관악기의 소리를 냅니다//
어서 오십시오, 주님/ 우리는 아직 온전히 마음을 비우지는 못했으나/ 겸허한 갈망의 기다림 끝에 꼭 당신을 뵙게 해주십시오// 우리의 첫 기다림이며/ 마지막 기다림이신 주님 /어서 오십시오//(하략)


대림절은 비우면 비울수록 더 많이 채울 수 있고, 버리면 버릴수록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신비의 기간이다. 기다림이 길면 만남의 기쁨은 더 커진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시기다. 절망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면서 희망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던 많은 시민들, 경기 침체 속에서 절망을 안고 일터를 떠나는 이들, 아픔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이들, 이산가족, 사고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 그 모든 이들에게 절망이 희망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탄식이 환호로 바뀌는 기적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이강렬>


작가의 이전글 "버는 재미보다 쓰는 재미가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