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는 깊은 성찰과 겸허의 시간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주는 따뜻한 위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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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천리포 해변의 낙조>


해 뜨는 일출도, 해 지는 낙조도 저마다의 빛깔로 아름답다.

해마다 1월 1일 새벽이면 수많은 이들이 새해의 소망을 품고 바다나 높은 산을 찾는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나는 떠오르는 해보다 저무는 낙조에 마음이 더 머물곤 한다. 아마도 인생의 사계절 중 갈무리 단계인 70대라는 시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일출이 희망과 탄생, 그리고 벅찬 시작을 상징한다면, 일몰은 완성과 결실, 안식과 평온, 그리고 깊은 성찰과 겸허의 시간이다.


일출이 "자, 이제 다시 시작해보자!"라고 외치는 힘찬 구호라면, 낙조는 "오늘 하루도 참 애썼다", "험난한 인생 역정을 잘 견디고 여기까지 잘 왔구나"라며 어깨를 가만히 토닥여주는 따뜻한 위로와 같다.


문득 2021년 봄,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가 떠오른다. 엄습하는 공포 속에 어디로도 향할 수 없던 막막한 시절, 나는 무작정 운전대를 잡았다. 목적지 없이 서울을 떠나 멈춰 선 곳은 서해안 천리포 해변이었다. 그곳에서 마주한 낙조는 아름답다 못해 처연했다.


해가 마침내 수평선 너머로 몸을 숨긴 뒤에도 나는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사방에 짙은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겨우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것은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내 삶의 마지막 여정도 저 낙조처럼 소리없이 그러나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어느 때보다 간절한 염원 때문이었다. <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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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조의 마지막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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