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버킷리스트: 모차르트 아다지오 완성하기

클라리네티스트의 로망 — 천상의 선율 앞에서 다시 서다


Clarinet-1024x668.jpg



조만간 맞이할 은퇴의 시간, 나는 잠시 내려놓았던 클라리넷을 다시 잡기로 했다. 1985년 처음 악기를 손에 쥐었으니 어느덧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나의 첫 배움은 서소문 중앙일보 문화센터의 초급반이었다. 당시 신문사마다 활발히 운영하던 문화센터는 배움의 열기로 가득했고, 그곳에서 만난 여러 악기 파트 회원들과 함께 ‘삶과 꿈’이라는 이름의 앙상블을 창단했다.


이 모임은 이후 ‘사랑스럽고 부드럽게’라는 뜻을 지닌 ‘아마빌레(Amabile)’로 발전하여 코로나 팬데믹 전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비록 지금은 앙상블이 해체되었지만, 함께 화음을 맞추던 멤버들과는 여전히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악기를 배우는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로망’이 있기 마련이다. 첼로를 배우는 이들은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자클린의 눈물; (Les Larmes de Jacqueline)>을 애절하게 켜는 날을 꿈꾸고, 플루티스트들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의 <아를의 여인: (L'Arlésienne)> 중 ‘미뉴에트’를 완벽하게 연주하길 소망한다.


16251498490_830f77f6f2_k.jpg


그렇다면 클라리넷 연주자들의 로망은 무엇일까? 단연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K. 622)> 중 2악장 아다지오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기 불과 두 달 전, 자신의 마지막 예술적 혼과 우정을 담아 완성한 이 곡은 ‘천상의 선율’이라 불린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주제곡으로 쓰이며 대중에게도 깊이 각인된 곡이기도 하다.


모차르트는 당대 최고의 연주자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안톤 슈타들러를 위해 이 곡을 썼다. 그는 클라리넷의 음색을 두고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한숨과 같다”고 묘사했다. 그 깊은 울림을 구현하기 위해 모차르트는 일반적인 B플랫(Bb) 조가 아닌, 더 깊고 낮은 음색을 지닌 A조 클라리넷을 선택해 작곡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보통의 B플랫 클라리넷으로 이 곡을 연주하려면 운지법(fingering)이 몹시 까다로워 손가락이 꼬이기 일쑤다. 나 역시 여러 차례 도전했으나 번번이 미완성으로 남겨두어야 했다.


이제 나의 버킷 리스트는 분명하다. 은퇴 후 온전한 몰입의 시간을 통해 이 곡을 완성하는 것이다. 만약 B플랫 악기로 도저히 그 깊이를 담아낼 수 없다면, A 클라리넷을 새로 장만해서라도 기어이 그 ‘천상의 한숨’을 재현해내고 싶다. 40년 전 서소문에서 시작된 나의 음악 여정이 모차르트의 아다지오와 함께 아름답게 마침표를 찍기를 고대해 본다. <2026년 2월 13일, 玄潭 이강렬>


< 아웃 오브 아프리카 주제곡: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K. 622)> 중 2악장 아다지오

https://youtu.be/T9qCG1qG4oc


%EC%82%B6%EA%B3%BC_%EA%BF%882.jpg?type=w773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봄 앓이'를 심하게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