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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건달

언제쯤 백수들에게 봄이 오려는지

백수는 '백수건달(白手乾達)'의 준말로 양반 자제들 가운데 과거를 보지 않거나, 낙방한 뒤 저잣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무위도식하는 이들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량 실업이 발생하면서 새롭게 유행한 말이 백수다. 이제 이 단어는 직장을 잃은 실직자나 미취업 청년들이 자신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 되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백수란 말은 다양하게 진화했다. 실직을 당했어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지내는 실업자를 '화백'(화려한 백수)이라고 한다. 크리스천들이 들으면 화낼 이야기지만 '장노'는 '장기간 노는 사람', '목사'는 '목적 없이 사는 사람'의 준말로 쓰이고 있다. 또한 '전백협 회원'은 '전국백수협회 회원'을 의미한다.

학교 졸업 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존하는 젊은이들을 '캥거루족'이라고 한다. 또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취업을 하지 않고 일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사람을 '니트족'이라고 한다.

여기에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프리터'라고 하는데 이는 '프리 아르바이터'(free+arbeiter)의 준말이다. 모두 백수의 일종이다.

백수들 가운데는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활을 누리는 칩거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가리켜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라고 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소통하면서 오프라인에서는 외부와의 접촉을 극히 꺼리는 이들을 '디지털 코쿤족'이라고도 한다. 우리말로는 '방콕족', 일본말로 '방에 틀어박히다'라는 의미의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족'도 있다.

최근 한국의 청년실업은 심각한 상태다. 취업준비자 그리고 일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청년들까지 포함한 실질적인 청년 실업자는 100여만 명이라고 한다. 3명 중 한 명이 백수란 이야기다.

한 방송은 어떤 통계를 인용했는지 모르나 한국의 청년실업자가 무려 300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함께 청년 고용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하니 청년 백수들의 움츠린 어깨가 펴질 날을 기대해 본다. <미래교육연구소장 이강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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