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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Oct 26. 2019

거리를 메운 목소리가 삶을 요구한다면.



매주 거리를 메운 수많은 이들, 만약 이들이 지금과는 다른 것을 요구한다면.


만약 거리를 메운 이 수많은 시민들이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미세먼지, 경제 문제, 인구 문제, 지방 붕괴 해결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면 정부와 정치인들이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을 수 있을까?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이 검찰 개혁 같은 정치적 사안 일까, 아니면 위에 열거한 삶의 문제들일까.


경제가 무너지고 인구 문제가 악화되면서 점점 슬럼화 되면서 기능과 존재가 사라지는 지방이 늘어가고 있는 지금, 국가의 사회 지도가 변형되고 있는 이런 근본적 문제는 테이블에 채 오르지도 않고 있다. 누구도 지방 문제는 꺼내지도 않는다. 이런 문제들이 다뤄지고 노력이 이뤄져 해결책이 나와 실제 시행되고 그 실질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무수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지금 당장 해결책을 내놔도 내상이 너무 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무도 이런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다.


40~50년 전 산업화 시대에 디자인된 낡은 한국의 산업, 그 낡은 프레임과 법, 규제, 노동 구조를 어떻게 미래에 맞게 새로 디자인할 지에 대한 해결책 또한 전무하다. 기득권이 된 기존 산업과 새로 태동하는 IT 기반 산업 간 사회적으로, 법적으로 수많은 마찰과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 모두 손 놓은 채 비즈니스들이 피 흘리며 부대끼는 지금 상황을 구경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바라는 건 도둑놈 심도가 아닐까.


인구 문제는 이제 아예 손을 놓은 지 오래된 듯하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수많은 사회 문제 중 가장 시급하고 근본적인 문제인 인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드러나지 않는다. 매년 수 조원씩 쏟아붓고 있는 인구 문제 관련 예산은 도대체 어디로 다 가고 있는지, 그 엄청난 예산이 실제 상황을 개선시키고 있기는 한 건지, 엉뚱한 사람들 배만 불리는 건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로봇처럼 습관적으로 예산만 집행하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은 그저 예산 규모를 보여주며 "우린 최선을 다했다"는 허울뿐인 말만 할 뿐이다. 의지가 없으면 아무리 작은 일도 해결되지 않는 법이 아닌가. 중동 같이 기름이 중요한 산유국은 석유를 관장하는 부가 따로 있고, 전쟁이 벌어지면 전쟁 문제를 총괄하는 부가 생기는 듯 지금 한국은 '인구부'를 만들어 인구 문제와 전쟁을 벌이 듯 싸워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지금 그렇게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해 어느 정도 실효를 본다고 해도 그 기저 효과는 한 세대 이후에나 나타난다. 지금 인구 문제를 반등시켜도 한 세대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것은 필연이기에 지금은 인구 문제뿐 아니라 그 '고난의 행군' 시기를 버텨내야 할 미래의 한 세대에 대한 대비책까지 해야 할 시기이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그저 매일의 일과처럼 예산만 집행시킬 뿐이다. "신생아 사상 최저치"라는 헤드라인도 이제는 일상이 됐다. 그저 남의 일 보듯 해결할 생각을 안 한다.


그 외에 무수히 많은 일들이 사회 도처에 산적해 있음에도 정부와 국회 모두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정치 만을 벌이고 국회는 그 기능을 상실한 채 '식물'로 전락해 존재만을 연명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시민들은 거리에 쏟아져 나와 정치적 구호를 외치고 있다. 거리를 메운 그 수많은 이들이 요구해야 할 것은 실질적인 삶의 문제가 아닐까. 이들이 정치가 아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토록 정부와 국회에 요구한다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아까운 에너지와 시간을 엉뚱한 데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자랄 때만 해도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으며 자랐다. 그런 비전이 있었기에 지금 현재의 한국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미래' 따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핑계, 이득, 아집, 눈먼 믿음 만이 정치와 사회에 가득하다. 지금 우리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비전이 상실된 사회. 이 사회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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