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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Oct 29. 2019

'타다' 사건

정부와 국회가 일하지 않으면 벌어지는 필연에 대해


택시 업계는 타다에 맞서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다. 


경찰은 법리 판단을 위해 검찰에 사건을 넘긴다. 


검찰은 법원에 기소하기 전 운송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에 "이 일은 당신들 소관이니 당신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건을 국토부로 넘긴다.


국토부는 일처리를 안 한다. 1년을 뭉갠다.


그러는 동안 택시 운전사 4명이 분신을 한다.


결국 검찰은 법원에 기소한다.


최종 판단은 법원으로 넘어간다.






요즘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전형입니다. 사회 갈등을 중재해야 하는 정부는 일을 안 합니다. 공무원들은 굳이 욕먹고, 책임질만한 일을 이제 떠맡지 않습니다. <모던 타임스> 속 공장 인부처럼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서류 업무만을 처리할 뿐입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융성하던 어제의 산업은 죽어갑니다, 그러면서 인구 구조의 모습도 변해갑니다. 그에 맞춰 과거의 사회에 맞춰 만들어진 법은 끊임없이 수정되고, 폐기되고, 새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국회의원'의 존재 이유입니다. 지금 타다와 택시 산업 간 갈등은 단순히 한 괴짜 회사의 일탈이 아닌 과거와 미래 간의 갈등입니다. 타다는 미디어에 나오지 않았지만 규제 때문에, 기득권 때문에 사라진 수많은 스타트업들 중 하나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끈덕지게 버텼고 공론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공유 경제가 시작된 지 오래전이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곧 한국에도 밀어닥칠 미래의 모습을 연구하고 그에 대비해 법을 정비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럴 리 없었습니다. 국회는 언제나 '국민의 이름'을 내걸고 그들의 밥그릇을 위해 싸우는데 정신이 팔렸습니다. 그들이 여기저기서 국민을 위한다 목 놓아 외치고 악수를 하고 미소를 짓고 "정의를 위한다" 주장하는 사이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고, 카카오 택시는 기존 시장 질서에 편입됐고, 끝까지 버틴 타다와 택시 업계 간 갈등은 커져만 갔습니다. 그러는 사이 택시 기사님 넷이 분신을 했습니다.



끈덕지기는 정부와 국회도 타다 못지않습니다. 한 회사와 기득권, 그 둘의 갈등이 아무리 뉴스를 장식해도 그들은 끈덕지게도 갈등을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책임지기 싫은 정부는 뒷짐을 지고 양반 행세를 하고, 국회는 언제나처럼 국민과 정의를 위한 투쟁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결국 검찰은 이 사건을 순리대로 법원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검찰은 대통령을 욕 먹인다며 대중에게 욕을 먹었습니다.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부르짖어왔습니다. 규체를 철폐하고, 몇 십조 원을 스타트업에 지원하겠다며 지금껏 공언해왔습니다. AI! AI! AI! 인공지능 산업을 부흥시키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코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거와 미래의 갈등 조차 해결하지 않습니다.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 당신이 그리고 있는 혁신과 미래, 성장의 모습이 무엇이냐고. 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지방이 갈수록 붕괴되고,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만 가는 지금 당신이 그리고 있는 경제와 사회의 미래 모습이 무엇이냐고. 구시대에 맞게 규격화된 법 제도 하에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불법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기득권이 법을 들이대며 장벽을 치면 스타트업은 시장에 발 붙이기 힘듭니다. 그런 상황에서 세금 지원만 하는 건 마치 암환자에게 암 수술은 하지 않고 힘이 없으니 영양제만 놓는 꼴일 겁니다. 전 세계가 미래를 위해 내달리고 있는 사이 한국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 묻고 싶습니다. 정말 지금이 그렇게 조국과 검찰 개혁에 집착할 때가 맞느냐고. 그 일이 나라를 이렇게 분열시키고 수많은 이들의 에너지와 시간을 거리에 쏟아붓게 만들 만큼 정말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이냐고.



미국의 힘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힘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세계 패권이 어떻게 돌아갈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 세계의 산업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리고 있는 한국이 모습이 무엇인지 저는 아무리 헤아리려 해도 짐작할 수 조차 없습니다.



혹시 당신은 "해일이 몰려오고 있는 데 조개만 줍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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