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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Oct 31. 2019

봉쥰호와 핸쥔류

외국에서 소개하는 나의 한국 이름에 대해



얼마 전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개봉했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오바마 전 대통령도 언급하고 제가 듣는 대부분 미국 영화 팟캐스트에서 높은 평을 주기도 했지만 극소수 시네필만 아는 찻잔 속 태풍 같은 영화였습니다. 그에 반해 <기생충>은 현재 대부분 미국 영화 유튜버들이 앞다퉈 다루는 동시에 대부분이 만점에 가까운 평점을 줄 정도로 <버닝>과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그렇다고 해서 여전히 미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죠). 많은 이들이 작년 <버닝>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 정도로 꼽았다면 <기생충>은 오스카 작품상 후보로 꼽을 정도니(그렇다고 탈 거라고는 다들 말 안 하지만) 그 온도차가 어느 정도인 지 가늠이 되실 겁니다(저는 <기생충>보다 <버닝>을 더 좋아했지만 말이죠).


어쨌든 <기생충>에 대한 기사와 리뷰를 조금 봤는데 한 가지 저의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매체마다 한국 이름을 쓰는 표기법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사실 정론지라고 할 수 있는 <뉴욕타임스>가 한국 이름을 성+이름 순으로 표기하는 관계로 많은 매체가 성+이름으로 쓰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특히 스포츠 쪽에서는 유독 흥민쏜, 챈호팕, 현진류, 쉰수츄 식으로 이름을 먼저 씁니다.


봉준호는 봉준혼데 류현진은 핸진류인게 좀 웃기지 않나요. 심지어 어디선 봉준호라고 부르고 어디선 준호봉(거의 그러진 않지만)이라고 하는 게 좀 거시기 하잖아요. 저의 생각으로는 정부가 한번 나서서 정리를 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MLB 같은 데다가 정중하게 정식으로 요청을 하는 거죠.




이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미국이나 외국에서 자기 소개할 때 역시 성+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혹시 '준호'를 이름이 아닌 성으로 오해하면(많은 외국인이 그러겠지만) 한국에서는 성을 먼저 붙인다고 이게 한국의 방식이라고 말해주면 될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훨씬 자연스럽고 맞게 보입니다. 서양이 이름을 먼저 쓴다고 멀쩡한 한국 이름의 앞뒤를 바꿀 필요는 없는 일입니다. 


외국에 있으니 외국의 방식을 따르는 논리라면, 만약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그땐 "이제부터는 준호봉이 아닌 봉주호, 원래 한국 이름으로 불러줘, 그리고 너네 이름도 잭슨 마이클, 이렇게 성 먼저 부를게" 할 일은 아니니까요. 내 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은 성을 먼저 쓴다 말해주면 오히려 미국인(외국인)들은 신기해하면서 좋아합니다. 더 한국에 대해 묻는 경우도 많고요. 아마 그들 중 일부는 나중에 그들의 친구들에게 자신이 알게 된 신기한 한국의 이름 짓는 방식과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한국 문화 대사'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한 가지 더. 외국에 나가면 한국 이름 대신 외국 이름을 만들어 부르는 사람이 있는데(영어 학원에서도) 웬만하면 그러지 맙시다. 그 어떤 나라 사람도 멀쩡한 자기 이름을 미국식 이름으로 바꿔 부르지 않습니다. 몇몇 외국인은 왜 너 한국 이름이 있는데 외국 이름을 쓰냐 반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 이름이 너무너무 어려워서 외국인들이 이름 부르기를 포기할 정도인 사람이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정도가 아닌 이상 그냥 한국 이름을 씁시다. 그리고 서양의 방식과 다른 한국의 이름 짓는 방식도 알려줘 봅시다. 멀뚱히 있는 것보다 그런 사소한 말 한마디가 자연스러운 아이스 브레이킹으로 이어지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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