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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Jul 22. 2020

반도

K-저질 영화



이 영화는 한국영화가 지닌 모든 고질적인 병폐를 지녔습니다. 단순히 그 만성 고질병을 지닌 것을 넘어 병세를 크게 악화시킵니다. 



강동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그래픽이 입혀진 모습을 바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것에서 한국 영화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큰 스케일의 VFX 효과가 모든 것을 용서해주지 않는 다는 것은 무수히 많은 할리우드의 실패작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수 천명의 좀비가 좋은 영화, 자랑스러운 영화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특수효과만 놓고 따지면 <반도>가 지닌 거칠고 조악한 VFX는 (당연히) 할리우드는 차치하고 중국 영화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 정도 VFX에 감탄했다면 중국의 <유랑지구>에는 뒤로 나자빠질 것입니다. 만약 제가 중국 영화 관계자였다면 <반도>를 보며 "드디어 중화인민공화국의 영화가 한국을 뛰어넘었구나!"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감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VFX효과를 핑계로 그간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쌓아온 이야기 작법의 교훈과 노하우를 모두 무시하고 거슬러 돌아갔습니다. 그것도 뻔뻔하게 대놓고.





작정하고 이 영화를 엉망인 캐릭터 구축부터 탱크보다 단단한 '모하비'까지 요소 하나하나 해체하며 비판하자면 A4 50장은 거뜬히 넘길 것입니다. 그저 한 글자 한 글자에 소요되는 전기세와 닳아가는 키보드의 내구성이 아까울 뿐입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아방가르드한 형식과 전개로 기대와 예상을 무참히 무너뜨려갔던 <리얼>이 <반도>보다 훨씬 더 나은 영화입니다. <반도>는 그 정도로 수준 이하의 저질입니다. 이 영화는 애초에 제작되지 말았어야 합니다. 관객은 보이콧을 통해 다시는 이런 시대착오적이고 저질인 영화가 나오지 않도록 영화계에 단호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인"이 와서 우리를 이 '지옥'에서 구해줄 거라고 굳이 '권해효' 배우가 반복하는 장면들은 제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아니 제가 지금까지 본 그 어느 나라의 영화에서도 특정 정치인을 이렇게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방법으로 선지자화시킨 적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수준 이하의 정치적 선동은 포르노에 가깝습니다. 이제 한국계가 이 정도 투자 받으려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이냐고 감독의 멱살을 잡고 묻고 싶습니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당신이 무슨 영화를 만든 지 아냐고.



제가 영화 리뷰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혹독하게 글을 쓴 영화는 없었습니다. 영화 제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들어가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도>는 비난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최고의 비난을 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저질입니다.



ps.

이정현 배우의 연기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사를 하지 않고 있을 때 스크린에 펼쳐지는 그녀의 존재감만큼은 그 어느 배우 못지않습니다. 이 배우로서의 존재감과 아우라는 극히 일부의 배우만이 지닌 가치입니다. 이 영화가 건진 유일한 한 가지는 바로 이정현 배우의 가능성이 아닐까 합니다. 부디 연기력이 향상되어 존재감과 연기를 동시에 지닌 멋진 배우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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