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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Oct 21. 2021

뉴욕 - 82

the luxurious-yet-sad cityscape



제가 처음 뉴욕에 와봤던 건 2006년입니다. 그 이후로 두 번을 더 오고 갔네요.

그동안 맨하탄의 스카이라인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고층 건물이 엄청 지어졌거든요.

특히 크라이슬러 빌딩이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처럼 오래된 랜드 마크 건물이 많았던 

미드타운에 집중적으로 지어졌고 또 계속 지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세련되고 화려해 보이지만 저는 이렇게 유리로 뒤덮인 새 건물이 

도시를 채워가는 것이 그리 탐탁지 않습니다. 

맨하탄 만의 매력을 해친다고 느껴지거든요. 


높고 화려한 건물이 가득 찬 도시는 홍콩, 싱가포르, 서울, 두바이, 상하이처럼 전 세계에 많습니다. 

문제는 고층 건물이 주는 그 최첨단의 세련된 느낌은 어딘가 다들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맨하탄의 야심 찬 상업지구인 '허드슨 야드'에 가면 살짝 여의도 느낌이 나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랜드마크인 '베슬'과 오래된 기찻길을 공원으로 만든 '하이 라인'이 

삭막한 상업지구에 캐릭터를 부여하긴 하지만요.








맨하탄의 매력은 너무도 다양하지만 그중 하나는 도시의 외관을 담당하는 건축물입니다.

50년 100년 이상 된 오래된 양식의 건축물이 빼곡한 이 도시는

건축물의 생명이 완전히 꺼진 유적지나 겨우 숨만 붙어있는 관광지와 전혀 다릅니다. 

이 도시의 건축물들은 오래된 세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활력이 넘칩니다.


저는 서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역사성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난계발입니다. 

전 세계를 훑어봐도 600년 이상 된 역사를 지닌 대도시는 정말 흔치 않습니다.


세상에는 시간을 담는 그릇이 몇 가지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수, 노래, 사진, 요리.

가끔 이 그릇들은 생각치도 못한 순간 우리를 과거로 돌려보내곤 합니다.

'공간' 역시 그 시간의 그릇 중 하나입니다.

어릴 적 많은 시간을 보냈거나 추억이 있는 단골 가게나 식당, 골목, 공원에 

오랜만에 가면 나도 모르게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역 사회, 더 나아가 도시가 갖는 문화의 힘은 

세련된 건물이나 아기자기한 상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과 기억의 공간들이 모이고 그 시간의 층위가 쌓이고 쌓여 

공동의 추억과 기억으로 승화될 때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문화는 시간이라는 플랫폼 위를 달리는 기차입니다.

역사성을 지니지 못한 문화는 껍데기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서울은 다른 어느 나라의 도시들과 비교해도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정말 많은 매력을 지닐 수 있는 도시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파괴하고 있습니다.


제가 맨하탄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이 세련되고 화려하고 역동적인 도시가 역사성을 보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곳도 서울처럼 오래된 건물이 헐리고 새 건물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논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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