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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Nov 19. 2021

비전과 비웃음, 혁신과 현실

혁신과 애플 "Think Different"의 광고

제 인식에 매우 큰 변화를 가져온 몇 가지 정보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우리의 인식 체계와 뇌의 생리학적 연관성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몇 번 이야기한 적 있지만,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신체에서 단일 기관으로 가장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우리의 뇌는 외부 변화를 본능적, 생리학적으로 거부하도록 진화되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과 사고를 그대로 유지해야 뇌가 에너지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죠. 관성과 같습니다. 시속 6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가 가장 적게 일하는 방법은 진행하는 방향으로 시속 60킬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속도나 방향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핸들을 꺾던 브레이크를 밟던 가속 페달을 밟아 연료를 더 소모하던 차가 일을 더 해야죠.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존재하던 대로 아무런 사고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존재하는 게 뇌가 가장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방법입니다.



이 정보를 접한 후 변화를 대하는 저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곧 관성에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변화를 더 열린 사고로, 더 긍정적으로,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어떤 기업이 비전을 제시할 때 비전이 크면 클수록 사람들의 비웃음도 커집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많은 비전들이 결국 좌절과 실패를 면치 못하고 비웃음의 무덤에 묻히기 때문이죠. 때론 사기꾼들이 이용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웃거나 조롱하기보다는 관대하고 긍정적으로 가능성을 더 보려고 합니다. 비웃기는 너무 쉽지만 그 안에서 가능성을 보려고 하는 건 품과 에너지가 드는 일이죠. 하지만 비록 실패하더라도 관성을 거부하고 새로움을 찾는 것이 조롱하고 비웃는 것보다 훨씬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5sMBhDv4sik



애플의 Think Different 광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와 그 "패거리들"은 세상은 마이크로 소프트와 IBM이라는 거대한 모노폴리에 의해 잠식된 상태이고 자신들은 그 판을 깨는 "해적"들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며 혁신을 꾀했습니다. 애플의 초기 광고들이 도발적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죠.



애플이라는 기업의 개별적 문화나 의도는 차치하고, 위의 광고는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뒤를 잇는 유일한 적자가 누굴까요. 많은 이들이 생각하듯 저는 일런 머스크라고 생각합니다. 원대한 비전과 실행력, 뒤틀린 심성과 컬트적 팬덤이 잡스와 머스크가 갖는 공통점입니다.



기업가로서 일런 머스크의 일련의 행보는 실패와 조롱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가 처음 테슬라를 설립하면서 전 세계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큰소리쳤을 때 세상의 반응은 "미친놈"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산업이자 이미 판이 짜일 대로 짜인 산업 임은 차치하고, IT 스타트업과 달리 자동차 산업 전방위적으로 관련된 산업이 광대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습니다. 따라서 관련 경험이 없는 인물이 밑도 끝도 없이 자동차 산업을, 그것도 모두가 빨라도 30년~50년은 걸릴 거라고 예상하던 전기차의 상용화와 대중화, 대량 생산에 뛰어드는 일런 머스크의 짓은 누가 봐도 자살행위와 다름없었습니다. 수년간의 실패와 조롱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일런 머스크를 통해 지금 전 세계의 자동차 기업들은 밤낮없이 테슬라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앞당긴 변화의 시계 덕분에 많은 국가들이 근 몇 년 내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게 되었습니다. 



화성을 테라포밍하는 비전은 어떤가요. 일런 머스크가 처음 그 계획을 공개적으로 꺼냈을 때 사람들은 대마초 기운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도 않았습니다. 그 첫 단계로 지구 밖으로 날아간 로켓을 다시 재사용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때 사람들은 미쳤다고 조롱했습니다. 나사도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그 기술은 30년은 지나가 가능하다고 일런 머스크를 말렸습니다. 거듭된 테스트 실패로 일런 머스크가 투자받은 돈과 개인 재산이 탕진 직전까지 가자 그 비난과 조롱은 커지기만 했죠.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영상을 보면서도 두 눈을 믿기 힘든 그 장면, 우주로 날아간 로켓이 수직으로 착륙하는 그 기술, 로켓 재사용에 성공하자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페이스 X의 성공은 아무도 상상조차하지 않던 우주 산업에 많은 국가와 기업이 눈을 뜨게 만든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그는 지금 스페이스 X의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토대로 화성을 테라포밍하는데 쓰일 거대한 우주선인 '스타십'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그의 단기 목표는 '스타십'의 테스트 성공이 아닙니다. 화성을 향해 발사할 수 천대의 '스타십'의 대량 생산 체제 확립입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후 미디어는 하루도 끊임없이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유튜브에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가와 투자자, 개발자들이 '메타버스'의 성공 유무와 미래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메타버스가 사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메타버스가 성공하려면 몇십 년은 걸릴 것이라고 장담하며 조롱합니다. 하지만 저는 메타버스는 인류의 예정된 도착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것이 메타가 컨퍼런스 콜에서 공개한 그대로의 그림이나 지금 현재 로블록스 속 세계에서 조금 더 발전한 그림이 아닌 우리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일지라도 현실과 사이버 스페이스 간 경계는 점점 모호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그 둘은 하나로 융합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인터넷 속도와 기술이 지닌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메타버스를 가능케 하는 관련 산업과 기술, 예를 들면 인터넷 속도, 정보 스토리지, 클라우드, 로봇 공학. 웨어러블 컴퓨터 기술, 뇌와 컴퓨터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뇌과학과 신경과학은 이미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단순한 게임 속 세상이 아닙니다. 최첨단 기술들이 밀접하게 서로 연결되어 인간을 인터넷 공간 안에서 존재하도록 만드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많은 경우 변화는 예정된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기차처럼 우리가 예상한 시기에 도래하지만 종종 전 지구를 뒤흔드는 혁신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시기에 급작스럽게 도래하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차례 목격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메타버스에서 인류의 미래(혹은 기업의 미래, 사업의 미래)를 보는 순간,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양의 자본과 인력이 한 산업을 향해 쏠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양의 리소스는 변화의 그래프를 선형에서 기하급수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꼭 메타버스 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금도 많은 분야에서 많은 이들이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플 광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사람들이 그 "미친놈들"을 조롱하고 욕하고 비난할 수 있지만 그 다수가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미친놈들"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건 조롱하고 욕하며 관성대로 사는 다수가 아닌 비전을 현실로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미친놈들이니까요.



대다수의 한국사람들은 한국에 스티브 잡스나 일런 머스크 같은 혁신가가 없는 이유를 상상력을 저해시키는 교육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한국은 창의적인 인물들이 넘쳐나는 나라입니다.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창의성이 아닌 관용이 아닐까요. 마치 선전구호처럼 "다름이 아니라 틀림"을 모두가 외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괴짜들의 다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합니다. 이건 어느 소수 그룹의 사람들이나 특정 법, 교육 시스템의 문제가 아닙니다. 관용이 부족한 대다수 사람들이 만드는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와 그런 사람들의 이해득실이 얽혀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법과 제도로 만들어지는 사회 구조의 총체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갑갑한 사회에서 거대한 혁신가가 태어나길 기대하는 것이 어불성설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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