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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Nov 28. 2021

착하고 성실하고 스캔들이 없어서

불쌍한 한국의 예술가들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음악을 듣다가 한 가수의 노래 영상에 유독 "착해서", "성실해서", "스캔들 하나 없어서" 좋아한다는 댓글이 많은 걸 봤습니다.



한국의 예술가들은 창작물을 내놓기 전 먼저 사서삼경을 공부해서 양반이 되어야 하고, 요단강에 빠져 종교인이 되어야 하고, 국사 1,2 외는 걸 넘어 투철한 역사관을 지닌 '역사 전사'가 되어야 합니다. 대중에게 그렇게 "합격" 판정을 받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데뷔 후 수도승 같은 생활,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활동 중 혹여 말실수 한 번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살얼음을 걸어야 합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스캔들이 없어서 좋아."

과연 이것이 예술가에게 할 온당한 칭찬일까, 위에 나열한 가치들이 예술가를 판단할 온당한 기준일까. 저런 이유는 내 자식에게, 내 자식의 친구에게, 내 친구에게, 내 상사에게, 정치인에게 붙여야 할 것은 아닐는지. 정치인의 온갖 더러운 사생활과 추문과 비리와 범죄와 입에 담지 못할 추잡한 언행에는 그토록 관대하면서 유독 연예인과 예술가에게만큼은 비현실적인 잣대를 들이대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착해서 사랑받는 예술가들, 착하지 않아서 외면받는 예술가들, 스캔들이 나서 낙인찍힌 예술가들, 버릇없어서 욕먹는 예술가들, 역사 인식이 부족해서 비난받는 예술가들. 그들이 안쓰럽습니다. 오늘도 '홍위병'같은 대중의 눈치 보면서 이 대사를 넣어도 될지, 이 캐릭터를 만들어도 될지, 이 소재를 갖다 써도 될지, 이 컷을 살려도 될지, '착해야 한다'는 자기 검열의 새장에 갇혀 맘껏 창작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한국의 예술가들이 안타깝습니다. 속에 있는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서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갑갑한 사회가 과연 얼마나 다양한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들의 예술성과 창작성이 조금만 더 자유로울 수 있다면 우리는 훨씬 다양하고 풍성한 예술 작품들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자잘한 실수나 개인사에 집착하지 말고 그들이 내놓는 작품으로 평가합시다. 그들이 조금만 더 마음 편하게 뛰어 놀 수 있게 해줍시다. 재갈 물린 채 새장에 갇힌 척박한 상황에서도 좋은 작품을 만들고 연주하고 연기하고 노래하는 많은 이들에게 감사합니다. 그들 덕분에 많은 시간을 위로받고 아픔을 견디고 영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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