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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Mar 15. 2022

여성가족부를 폐지해야 하나요? 네.


만약 여성가족부가 진정으로 부처의 이름에 걸맞게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고 출산율을 높이는데 힘썼다면 저는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성가족부가 진정으로 여성의 인권을 위하는 곳이었다면 과거 윤미향 의원의 부패가 드러났을 때 대한민국의 그 어느 부처, 정당, 시민단체 보다 강하게 윤 의원을 비판했어야 합니다. 그랬나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행위가 드러났을 때, 여성가족부가 진정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이 권력과 위압을 앞세워 "약자"인 여성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못하는 이들이었다면, 그들은 모두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해도 모자랐을 것입니다. "남성 권력이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폭력과 성추행은 페미니스트들이 수십 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달고있던 뒤틀린 사회 권력 구조의 전형적인 표상이었습니다. 전체 범죄에서 성범죄 비율이 몇 퍼센트이고, 남성이 차지하는 성범죄 비율이 몇 퍼센트이고, 성범죄 건수가 몇 건이고, 그것이 전세계에서 몇 위이고 하는 성범죄 관련 통계치는 오늘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남녀 갈등 현장에서 언제나 성 담론의 전제조건처럼 깔고 들어가는 페미니스트들의 한국 사회 핵심 비판 포인트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정작 권력형 성범죄가 벌어졌을 때 그들은 어디있었죠? 박영선의 서울시장 선거 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수 십년간 여성 인권 운동을 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비례대표로 국회의원까지 하고 계신 남인순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 당해온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피해 호소인"이라는 셰익스피어도 울고 갈 언어적 창의성을 발휘해 박원순 전시장을 비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했습니다. 여성부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을 위시해서 민주당은 박원순 전 시장을 오히려 인권을 수호하며 죽은 영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여성 인권을 대변하고 신장시킨다고요? 민주당이 여성을 위한 정당이라고요? 한국의 수많은 여성단체들은 어디있었죠?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의혹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나꼼수의 일원이자 민주당의 핵심 얼굴 마담이자 청년들을 대변한다는 정 전 의원은 한 여성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자 그녀를 꽃뱀, 사기꾼이라고 오히려 역공격을 펼쳤습니다. 김어준 등의 진보 스피커들은 "그는 절대 그럴 분이 아니다"라며 정봉준을 옹호했고, 그후 수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은 피해자에게 몰려가 온갖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극적으로 피해자가 당시 정 전 의원과 한 공간에 있었던 호텔의 영수증을 찾으면서 상황은 급반전됐고 정 전 의원은 정계은퇴를 했습니다. 그가 행했던 수 많은 헛소리들, 실형 대법원 판결이 났던 BBK 주가조작 사건 허위 사실 유포 등등은 논외로 합시다.


여성의 인권을 "극진히 생각"한다는 민주당은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여성의 인권을 너무도 중요시해서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반대로 여성가족부를 강화한다는 이재명 전 후보의 행적은 어땠죠? 입에 담지 못할 그 모든 추행은 둘째 칩시다. 이 전 후보는 여성인권을 너무도 극진히 생각한 나머지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매도했던 남인순 의원 외 "피해 호소인 운동"에 적극 동참해 "피해 호소인 3인방"으로 불렸던 진선미, 고민정 의원 모두 선거캠프의 핵심 요직에 앉혀 여성 정책의 대표주자로 내세웠습니다. 양심이라는 게 있는건가요?


민주당과 이재명 전 후보의 여성인권 관련 모순적인 행적과 말들은 양손과 두 발로 꼽아도 모자라지만 남인순 의원이 그 모순의 살아있는 화신(어떤 면에서 조국과 대비되는)이 아닐까 합니다. 그녀가 쓴 책은 모두 여성인권 책입니다. <구석구석 젠더 정치>, <날아라 여성>, <한국의 여성 정치세력화 운동>. "피해 호소인"이란 신조어를 만든 장본인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책 제목들 아닌가요. 그들이 말하는 여성인권, 양성평등이란 대체 뭔가요. 그들이 원하는 여성가족부는 어떤 부처인가요.


여성가족부는 한국의 모든 크고 작은 여성단체가 이루는 피라미드의 정점 같은 존재입니다. 여성 활동가로서 여러 단체에서 활동을 인정받으면 오르고 올라 결국 입성하는 종착역. 여성 활동가, 즉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행정과 정책에 적극 반영하고 예산을 확보해서 전국 여성 단체 구석구석까지 내려보내는 한국 여성단체의 젖줄입니다. 한국의 여느 시민단체가 그렇듯, 여성단체들 역시 지극히 정치적인 집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권력자들에게 억울하게 피해 입은 여성에게는 쥐 죽은 듯 조용한 단체들이 한미훈련은 왜 반대하는 건가요? 미군 주둔은 왜 반대하는 건가요? 윤지오 같은 사기꾼에게 왜 국민 세금을 퍼준 건가요? 관통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뻔히 보입니다. 지극히 정치적입니다. 여성가족부는 본래의 기능과 가치를 상실하고 여성 단체 카르텔의 심장이자 진보운동단체를 이끄는 주요 부처로 전락했습니다. 각종 국가기관과 단체, 위원회,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성평등교육을 하도록 해 여성운동가들과 활동가들에게 세금을 내려보내고 각종 성평등 사업을 벌이며 이권단체들이 먹고살 수 있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성인지 감수성", "양성평등"이라는 이유로 초등학생은 커녕 유치원 아이들에게까지 "남자들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옳은 건가요?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모든 남성은 잠재적 가해자"라는 교육이 진정 우리가 원하는 성평등이 맞나요? 그게 그들이 말하는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건가요? 일련의 박원순 전 시장 사태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은 정부부처의 수장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할 수 없다는 말을 핑계로 줄곧 입을 닫아 왔습니다. 그러던 장관이 공식적으로 내뱉은 말은 "이 사태는 국민에게 좋은 성인지 감수성의 교육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자의든(타의든) 비혼주의자가 많습니다. 한국 남성은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라는 깊은 인식을 갖고 있으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갑니다. 여성가족부는 한국의 가족 문제와 출산율 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정부부처입니다. 한국의 출산율이 하락하는 데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습니다. 그 문제를 반등시키지 못하는 데에도 여러 측면들이 있을테고요. 강성 페미니스트들로 이루어진 정부 부처가 한국의 가족 정책과 출산율의 키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입니다. 


본래의 기능과 가치는 완전히 상실한 채 매년 조 단위의 자체 예산과 타 부처의 예산을 낭비하며 정치 단체, 이익 단체로 전락한 정부 기관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여성가족부의 본래 기능이라는 것은 사실 충분히 작아서 기존에 하던 대로 각 정부부처에서 나눠 맡아도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고 해서 모든 여성 사업을 뒤엎고 없앤다는 것이 아닙니다. 쓸데없이 비대해져 세금 낭비만 하는 부처를 폐지하고 각종 사업들이 정말 타당한지 심사하고 각 정부부처에서 실시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은 오직 "폐지"라는 단어 하나에 꽂혀 있는 듯합니다. 이해는 갑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두 단어가 갖는 어감은 상당히 강합니다. 민주당은 그 점을 윤석열의 약한 고리로 보고 집중 공격을 가했습니다. "이대남"이라는 새로운 정치 사회적 신조어와 맞물려 마치 여성 인권을 줄이자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대남의 목소리가 커지고 남녀갈등이 심화된 결정적 이유 중 하나로 저는 여성가족부를 꼽습니다. 적어도 이전의 남녀갈등은 찻잔 속 태풍처럼 온라인에 국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의 가면을 쓴 메갈리아와 같은 왜곡된 인권혐오 단체의 활동을 자제시키거나 적어도 선을 그었어야 할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가 그들의 활동을 적극 옹호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일베'는 철저히 반사회적 단체로 매장하면서 그 안티테제인 메갈리아는 정부 단체가 인정하고 의견을 수용하고 예산을 편성하는 상황, 남성 혐오가 페미니즘이라는 감성적인 포장지로 예쁘게 싸여 정당화되고 '정의'라고 둔갑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극도의 소외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운동이 말하는 모든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와 관련된 혜택은 보도 듣고 못 했는데 그 모든 피해와 역차별이 본인들에게 돌아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남성들은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그 모든 작용과 반작용의 역학이 이대남, 이대녀라는 언어로 개념화되었고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 이슈가 되었습니다. 남성들의 그 분노는 그 실체가 있는 '여성가족부'에 집중되었습니다.


저는 윤석열 캠프의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남녀갈등을 말하기 전에, 이대남이라는 언어를 함부러 쓰기 전에 더 많은 논의와 소통이 있었어야 했다는 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강한 언어를 쓰기 전 여성가족부가 왜 없어져야 하는지, 폐지하고 관련 사업은 어떻게 행정적으로 다른 부처에서 이어지는지, 여성가족부의 부정적인 측면들은 어떤 면들이 있는지 그 당위성부터 잘 소통했다면 이렇게까지 강한 후폭풍은 없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각종 미디어의 헤드라인에 뜬 기사는 많은 2030 여성들이 민주당에 입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정당에 입당하고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든 그들이 "국가 전복"을 꾀하는 반정부적인 이들만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다만 내가 지지하는 이들의 과거 행적이 어땠는지, 그들이 진짜 본인들이 생각하는 만큼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는 단체이고 그런 사람들인지, 여성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정말 도움을 줬는지, 혹시 윤미향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여성 인권을 앞세워 표장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장사꾼에게 돈과 표를 대주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은 조금 자세히 알아보고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만일 본인들이 박원순 전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람이었다면, 여성가족부에게 외면당하고 민주당으로부터 역으로 차별과 공격을 당했다면, 그래도 민주당에 입당하고 여성가족부를 옹호할 지 생각해봅시다. 저라면 그러지 않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한다면 저는 존중합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여성을 위한다는 대통령 후보가 여성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행동과 말을 했던 사람이라는 것, 여성 정책이 캠프의 최우선이라며 전면에 나선 여성들이 모두 과거 여성인권을 짓밟는데 최전선에 섰던 이들이라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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