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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Dec 11. 2022

스타워즈: 안도르

저항의 역사가 시작된다, "오직 스타워즈 팬들만을 위해서"






스타워즈 팬들과 리뷰어들이 리뷰한 대로 <스타워즈: 안도르>는 좋은 스타워즈 시리즈입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스타워즈와 전혀 궤가 다른 스타워즈이기도 하고요.



재앙과 같았 <스타워즈: 오비완 케노비>. 좋은 작품 임은 분명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던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안도르>는 이 두 작품과 비교해서 서사의 짜임새와 안정된 연출을 자랑합니다.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3부작이라는 핵폭탄으로 스타워즈 팬덤과 프랜차이즈를 붕괴시킨 디즈니의 사활이 걸린 프로젝트였습니다. 완전히 마음을 돌려버린 스타워즈 팬 보이들, 캐릭터와 서사가 엉망이 되어버린 프랜차이즈. 거기에 더해서 프랜차이즈의 첫 TV시리즈라는 무거운 상징성.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만달로리안>은 앞으로 디즈니 향후 수익의 한 축을 담당할 즈니 플러스의 포문을 여는 대표작이었죠. <만달로리안>의 성공 여부가 디즈니 플러스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것이죠. 한 작품에 과도하게 무거운 책임과 의무가 주어진 것입니다. 만약 <만달로리안>이 실패한다면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는 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깊은 내상을 입을 것이었고,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디즈니가 야심 차게 밀어붙이는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가 시작도 제대로 못하고 주저앉을 수 있었죠. 또한 <스타워즈>는 절대 TV로 만들면 안 되다는 팬 보이들의 인식에 정당성을 부여해서 <스타워즈>를 영화 외에 다양한 매체로 확장시킬 기회가 막힐 수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디즈니에게 <만달로리안>은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 프로젝트였습니다. <만달로리안>은 그런 엄청난 중압을 이겨내고 작품성과 흥행 모두에서 성공했습니다. <만달로리안>의 성공과 함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로 폐허가 된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극적으로 부활하게 되죠.





그렇다고 <만달로리안>이 완벽했던 것만은 아닙니다(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하는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완벽했지만). <만달로리안>은 영화와 TV 미니시리즈 간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혼란과 충돌을 겪으며 예산과 형식에 맞지 않게 무리한다는 느낌을 줬습니다(<스타워즈>라는 이름값이 있으니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 반면 <안도르>은 프로덕션 시작부터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인지했습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분명한 경계를 세우고 시나리오와 연출을 진행 했다는 느낌입니다. <안도르>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고 또 해야 하는지 명확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죠.



제한적인 공간적 배경이나 등장인물 때문인 점도 있지만 <안도르>는 이게 스타워즈가 맞나 싶을 정도로 스타워즈 고유의 인장과 같은 요소들을 많이 배제하고 서사와 캐릭터에 천착합니다. 시즌 1의 총 12개 에피소드를 줄곧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는 '제국에 대항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던 카시안 안도르라는 인물은 어떻게 마음을 바꾸고 저항군이 되었는가'입니다. <안도르>는 12개의 에피소드 내내 이 간명한 한 줄의 로그 라인에 고집스럽게 집중하면서 일관성 있게 '카시안 안도르'라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의 캐릭터를 빚어갑니다.





<안도르>는 분명 지루할 정도로 서사에 집중한 드라마 시리즈입니다. 특히 초반에서 중반까지 지루한 부분들이 없잖게 있죠. 하지만 그래도 나름 '버틸 수 있는 건'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의 높은 수준 덕분입니다. 에피소드 하나, 씬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은 집착에 가까운 노력과 통제가 느껴집니다. 의상, 분장 등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씬의 조명, 카메라 구도, 편집 어디 하나 튀는 부분을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조금 과장하자면 프로덕션 디자인과 모든 디테일의 완성도가 <라스트 제다이>보다도 높은 느낌입니다. 물론 규모 면에서 비교불가이기는 하지만). 



<만달로리안>에서 처음 선보인 '버추얼 세트' 촬영은 불과 몇 년 사이에 더 발전한 느낌입니다(매우 어설펐던 <오비완 케노비>와 비교해보면 어쩌면 <안도르> 프로덕션의 재능 덕분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여러 씬들에서 실제 세트와 LED 배경 간 어색한 차이가 느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인 실제감은 <만달로리안>보다 분명 한 단계 높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몇몇 씬들은 배경과 인물의 일체감과 현실감이 정말 좋아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죠. <만달로리안> 촬영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분명히 있을 테고 반영이 되었겠죠(<오비완 케노비>는 못 했지만..).





<안도르>의 또 다른 미덕은 <스타워즈: 로그 원>에서 처음 선보였던 지상에서 인물들이 올려다보는 하이 앵글을 통해 거대한 우주선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용을 기가 막히게 표현한다거나, CG가 아닌 직접 만든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 같은 매우 실제 같은 촬영을 다시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로그 원>이 보여준 매우 실제 같은 VFX 덕분에 인물과 대사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안도르>에 그나마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로그 원>의 메인 각본 및 재촬영 감독이었던 '토니 길로이'의 손을 제대로 탔달까요. <로그 원>에서 선보인 이런 기법은 스타워즈 의 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정말 탁월한 촬영이었습니다.









<안도르>는 영화가 아닌 TV시리즈로써 <스타워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범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만달로리안>과 <오비완 케노비>가 보여준 영화와 TV라는 매체 사이에서의 정체성의 갈등, 그로 인한 비균질성이 없었죠. <안도르>는 혼란스럽게 오락가락하지 않았습니다. 간명했죠. 그게 이 드라마가 TV드라마로써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입니다. 스토리가 뭐가 됐든 액션을 최우선 하는 <스타워즈> 프랜차이즈가 액션을 배제하고 진지하게 서사와 캐릭터에 올인할 수도 있음을 증명함으로써 <스타워즈>의 영역을 확장시켰습니다.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혹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 주저했던 과감한 시도를 성공시켰죠. 아마 <안도르>의 성공에 고무된 디즈니의 고위직들은 새롭게 열린 가능성에 부합하는 아이템 발굴에 매진하고 있을 것입니다(디즈니 만큼 이익에 미친 기업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물 흐르듯 진행되는 <안도르>를 보는 내내 뒷맛이 착잡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런 진지하고 사회 비판적인 <스타워즈>, "어른을 위한 <스타워즈>"는 제가 아주 어릴 적부터 사랑해왔던 <스타워즈>의 모습이 아닙니다. 디즈니 합병 이후 홍수처럼 쏟아지는 스타워즈 콘텐츠가 다양한 형태를 취할 만도 합니다. 2022년은 스타워즈 클래식 3부작이 나오던 20세기 후반과 많이 다르기도 합니다. 시대가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제가 <스타워즈>에 빠져버렸던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하고 진부한 영웅 서사이지만 동양적인 요소와 SF가 만들어내는 캐릭터와 세계관은 정말 새롭고 흥미진진했죠. 만약 처음부터 <스타워즈>가 진지하고 정치적인 영화였으면 어린 시절의 저는 이 프랜차이즈에 빠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실적인 상황, 변하고 있는 시대상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바도 아닙니다. 다만 <스타워즈>가 저에게 갖는 의미와 애정이 크기 때문에 저에게 오랫동안 각인된 <스타워즈>, 다른 영화가 아닌 오직 <스타워즈>만 보여줄 수 있는 고유의 모습, 그런 것들이 '디즈니 상업주의' 속에서 사라져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둘째, 과연 에피소드를 12개나 쓸 정도로 '카시안 안도르'라는 인물이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중요한 인물인가 하는 회의입니다. 스타워즈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그런 영웅들을 놔두고 <스타워즈: 로그 원>에서 갑자기 나타난 뜬금없는 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과연 맞느냐는 거죠. 디즈니 입장에서 변호를 해보자면 공화국이 망하고 제국의 횡포가 극에 달하는 시점에 제국에 타격을 입힌 상징적인 사건을 일으킨 인물, 그래서 반란군의 활동에 불을 지핀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예상은 '카시안'이라는 인물이 지금 디즈니가 추구하는 가치와 딱 들어맞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카시안'은 미국의 'woke movement', 즉 정치적 올바름의 선두에 서 있는 디즈니가 지닌 정치 사회적 노선의 '화신'과 같은 인물입니다. '불의'에 억압받는 소수를 '일깨우고' '혁명'을 이끄는 '카시안'. 디즈니는 어쩌면 문화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정의'를 이루고 있다고 믿는 자신들과 이 인물을 동일시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조심히 해봅니다(이런 비슷한 메시지를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서도 어설프게 보여주려다 실패했죠).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네요. 어쨌든 위와 같은 여러 이유들로 <스타워즈: 안도르>의 제 감상은 달콤 쌉싸름합니다. 이 쌉싸름함한 뒷맛은 다분히 제 개인적인 경험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작품 내적으로만 보면 중간중간 지루한 전개, 전체를 들어내고 아예 다른 소재로 교체하는 게 좋을 것 같은 교도소 시퀀스 등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안도르>는 촘촘하고 탄탄한 이야기와 연출, TV 시리즈가 보여줄 수 있는 수준에서 완벽에 가까운 프로덕션 디자인과 영상을 뽐내는 매력적인 <스타워즈> 드라마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서사에 천착하는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스타워즌데 옛다 이거라도 먹어라" 싶은 우주선 등장 씬들은 <스타워즈> 세계관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귀한 씬들이기에 마냥 좋았습니다(이거라도 먹고 떨어져라 싶은 제작진의 의도가 살짝 느껴져서 자존심 상하기는 하지만). 



스타워즈를 좋아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이들에게 어필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스타워즈 요소로 범벅이 된 <만달로리안> 시리즈가 스타워즈를 모르는 사람도 나름 재미있게 볼만하지 않을까 싶고, <안도르>는 "대체 왜 이 사람 얘기를 이렇게 지루하게 계속 보고 있어야지?" 싶지 않을까 합니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볼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재미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는 있지만 높은 완성도로 새로운 도전을 완수한 이 TV시리즈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서 갖는 상징성이 꽤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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