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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Dec 09. 2022

아바타: 물의 길



기억에 남는 영화, 좋아하는 영화, 종종 꺼내보는 영화 등 여러 영화들이 있지만 저의 인생 영화 두 편은 <스타워즈>와 <아바타>입니다. <아바타> 리뷰 포스팅은 없었지만, <아바타>는 저의 영화 관련 포스팅에서 여러 번 언급이 되어 왔습니다. 


<스타워즈>가 제 어린 시절의 상상력과 공상을 지배한 영화였다면, <아바타>는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갖고 있던 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꾼 영화입니다. 그 인식이란 것은 대충 이런 것입니다. 화면의 구도나 색감, 미장센, VFX 등을 포괄하는 촬영이라는 개념이 영화를 만드는 중요한 기둥 중 하나이기는 하나, 영화의 본질이란 결국 '서사'이기 때문에 영화의 '그림'이 결코 이야기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영상은 서사에 종속된다, 뭐 대충 이런 것이었죠. 한마디로 영화에서 서사는 최우선 한다.




<아바타>는 그런 저의 오랜 인식을 깼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안 좋다는 건 아닙니다. 연출 역시 매우 탁월합니다. 저에게 최고의 영화감독을 꼽으라면 저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제임스 카메론'을 꼽습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천재 감독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저에게 제임스 카메론은 연출, 이야기, 상상력, 영상, 새로운 기술의 도입, 편집, 사운드 등 영화 전반의 기술적 완성도 등 영화감독으로서의 '육각형 능력치'가 모두 최고점에 도달한 유일한 감독입니다(동의하지 않을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어쨌든, <아바타>는 영화가 일종의 초현실적인 '황홀경'을 줄 수도 있다는 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알려준 작품이었습니다. 최근 개봉한 <탑건 2>, <듄> 등을 포함, <아바타> 이후 훌륭한 영상미를 보여준 좋은 영화들이 제작되었지만 <아바타>가 준 만큼의 '황홀한 체험'을 준 영화는 없었습니다. 그 황홀경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경험된 적이 없기 때문에 저에게는 일종의 말로만 듣던 전설같이 남아있습니다. <아바타> 개봉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그 강렬한 느낌은 이미 진작에 기화되어 버렸고, 심지어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조차 흐릿해지고 있는 거죠, "정말 내가 그런 걸 경험했던 게 맞나?" 싶다랄까요. 


기억을 다시 더듬어보자면 그 영화는 저의 영혼을 육체에서 뽑아냈더랬습니다. 그리고 '판도라'에 내려놨죠. 육체를 이탈한(이탈이 된) 저의 영혼은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신기한 동식물들과 호흡하고 숲을 뛰어다니고 악당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죽은 줄 알았던 주인공 제이크 설리, 그를 살리려는 나비족의 집단 의식,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스크린에 가득찬 제이크 설리의 감긴 눈, 몇 초 후 크게 떠지는 그의 눈, 그리고 서서히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객석에 불이 들어오니 그때서야 비로소 저의 영혼과 육체의 괴이한 이격이 부지불식간에 자각됩니다. 아직 내 영혼은 판도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제이크 설리를 위한 집단의식에 참여하고 있는데, 객석의 불을 켠 극장이 저의 영혼 앞에 거울을 들이밉니다.


"너 지금 거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마치 생전 처음 자신의 모습을 거울을 통해 본 동물들이 당황하는 것처럼, 육체에 담겨 있어야 마땅할 영혼이 끈이 떨어진 채 '판도라'에 있다는 자각을 강제당한 것. 그 영혼과 육체의 괴리. 그런 초현실적인 체험. 그것은 분명 <아바타>가 저에게 준 영화적 '황홀경'이었습니다.




길고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아바타: 물의 길>이 개봉을 합니다. 이미 국내외에서 시사회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말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저는 최대한 모든 정보로부터 저를 밀봉시키고 있습니다. 가장 큰 상영관에서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 어떤 선입견도 갖고 싶지 않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아바타 1>이 준 만큼의 황홀한 체험을 다시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 호기심입니다. 제임스 카메론이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을까, 어서 빨리 확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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