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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Feb 19. 2019

미션 임파서블 : 폴 아웃(2018)

동시대 액션 장르의 최고봉




감히 말하건대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은 현재 할리우드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액션 영화의 최선봉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가 이 영화의 액션을 좋아하는 이유,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액션의 미덕은 촬영에 꼼수를 쓰지 않는다는 점, 액션 촬영에 있어 대부분 신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생동감 넘치는 액션을 펼친다는 점, 마지막으로 탐 형입니다. 


우선 제가 말한 촬영의 꼼수에는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컷을 잘게 쪼개는 겁니다. <테이큰>이 대표적인데. 주먹 한 번 휘두르고 맞는 약 1~2초의 짧은 씬에서도 여기저기서 찍은 컷을 이어 붙이는 겁니다. 속도감과 타격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입니다. 둘째, 카메라를 이리저리 휘둘러 대는 겁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옹이 핸드 핼드 카메라를 이용해 극도의 현장감을 관객에게 안겨준 후 이런 카메라 워크는 액션 영화의 필수로 자리 잡긴 했습니다. 모두 촬영의 역동성과 현장감을 높이기 위한 방법인 거죠. 





이 두 가지 촬영과 편집 방법 모두 현대 액션 영화에서 꼭 필요한 방법입니다. 적당히만 쓴다면 속도감과 역동성, 실제감, 긴장감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이죠. 하지만 세상 일이 언제나 그렇듯 뭐든 지나치면 안 좋습니다. 위에서 말한 효과적인 촬영과 편집 방법이 지나치면 꼼수가 되는 거죠. 쉽게 말해 음식에 자신이 없는 요리사가 양념과 MSG를 잔뜩 넣어 맛을 덮으려는 것처럼 연출에 자신 없는 감독이 씬에 양념을 잔뜩 부어 관객을 현혹시키는 것입니다. 스턴트에도, 액션 동작과 동선에도, 긴장감과 타격감을 살릴 촬영에도, 그 외 기타 액션 연출에 자신이 없는 거죠. 액션 연출의 능력 부재를 위에서 말한 꼼수로 범벅해서 얼추 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관객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피로감과 울렁증입니다. 액션 쾌감이 고문이나 공해로 전락하는 순간입니다. 





<미션 임파서블:폴아웃> 속 액션은 묵직하고 정직합니다. 액션 시퀀스에서, 특히 결정적 장면에서 조차 롱 테이크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역동성과 긴장감을 잃지 않습니다. 과도하게 카메라를 흔들어대지 않고, 잘게 컷을 쪼개지도 않으면서 액션의 역동성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연출이 아닙니다. 액션 시퀀스의 소재가 특별했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맨손 격투, 헤일로 점프, 오토바이 추격, 총격, 헬리콥터 추격. 이미 수많은 영화에서 봐왔던 고리타분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포인트는 무엇(WHAT)이 아닌 어떻게(HOW) 죠. 적절한 교차 편집(예: 헬리콥터 추격, 폭탄 처리, 격투 씬이 서로 교차되는 장면), 배경음악과 음향효과의 효과적인 사용, 맞는 이와 때리는 이의 연기, 기가 막힌 카메라 워크 그리고 효과적인 편집 등이 한데 어우러져 빚어낸 훌륭한 결과물입니다. 액션의 뛰어난 성취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영화에는 없는 오직 <미션 임파서블> 에만 있는 한 가지. 그건 탐 형의 존재입니다. 거의 한국 나이로 60을 바라보는 노구(!)에도 그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신을 포함한 거의 모든(혹시 전부 인 가요?) 스턴트를 본인이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스턴트 없이 주연배우가 직접 하는 위험천만한 액션, 그것이 갖는 의미는 바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관객이 그의 얼굴을 본다는 것입니다. 스턴트 배우를 숨기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카메라가 배우의 뒷모습을 잡거나 원거리로 쑥 빠져버리는 것, 아니면 마지막 순간까지 카메라가 배우의 얼굴을 놓치지 않고 전달하는 것. 관객에게 전달되는 액션의 임팩트에서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생각보다 엄청납니다. 





게다가 이 영화는 CG 사용이 극도로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현대 CG 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들 실제 촬영보다 어색하고 사실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CG를 최대한 제한하고 땀내 폴폴 나는 사실적인 액션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크리스토퍼 놀런'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고 둔탁하고 묵직한 액션으로 새 지평을 연 <본> 시리즈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어쨌건, CG를 뺀 사실적인 맨몸 액션 그리고 액션의 결정적 장면에서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되는 탐 형의 일그러진 얼굴. "아니, 이걸 했단 말이야?" "진짜 위험한데?!" 주연 배우가 실제 이 장면을 찍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위험한 액션 장면에서 컷 없이 그대로 이어지는 그의 얼굴을 실제 보는 것만으로 관객의 몰입감은 극도로 높아질 수 있음을 느끼게 됐습니다. 똑같은 앵글과 컷으로 이뤄진 액션 시퀀스이지만 CG & 스턴트로 연출하는 것과 주연 배우가 실제 몸으로 부딪치는 것 사이에서 관객이 느낄 몰입과 긴장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를 악물고 뛰어다니고, 오토바이에서 튕겨 나가고, 헬기를 이리저리 조종하고, 절벽에 매달려 있는 탐 형을 볼 때마다 손바닥에 땀이 배고 오금이 저렸습니다. 짜릿하고 흥미진진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의 액션 시퀀스가 진행될 때마다 끝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확실히 이 영화의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액션 시퀀스는 하나의 시그니쳐로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을 만든 장본인이 탐 크루즈 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탐 크루즈는 이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대체 불가능을 넘어 <미션 임파서블>과 아예 한 몸이 된 느낌입니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주연부터 조연까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입니다. 수많은 액션 영화들이 그 규모를 늘리면 늘릴수록 간과하는 사실 혹은 저지르는 실수, 바로 '연기'입니다. 엄청난 스케일의 CG를 코디네이팅 하느라 감독의 정신이 딴 데 가있는 걸까요. 많은 액션 영화들이 '액션'에 힘을 주는 대신 '연기'를 소홀히 합니다. 하지만 액션 영화에서 액션 시퀀스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연기입니다. 아무리 액션 영화라고 해도 전체 러닝 타임에서 액션 시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얼마 안 됩니다. 결국 영화의 대부분을 채우는 건 배우들의 연기입니다. 





연기는 극에 사실성을 부여합니다. 배우의 연기가 좋지 않으면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수 없습니다. 몰입이 되지 않으면 관객은 영화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영화에서 떨어져 나간 관객에게 스크린 속 인물은 실제 어딘가에서 존재할 법한 인물이 아닌 '세트장에서 연기하고 있는 배우'로, 영화는 어딘가에서 실제 하는 세계가 아닌 '스크린 위에 투사된 화면'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하지만 반대로 관객이 영화에 공감하고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할 때 비록 머리는 영화(가공의 이미지)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실제(존재하는 세계)라고 받아들입니다. 물론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영화라는 세계관에 관객을 공감하게 만들고 흠뻑 젖어 들어 몰입하게 만드는 열쇠는 연기에 있습니다. 아무리 웅장한 음악이 흐르고 긴박하게 초침이 흐르는 가운데 인류를 날려버릴 폭탄을 해체하고 있어도, 그것이 배우의 작위적 연기로 보이면 그 모든 '소란'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소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에단과 일사가 서로 주고받는 눈빛, 일사의 미션 참여를 말리기 위해 에단의 사랑 이야기를 꺼내는 루터의 모습, 그 촉촉한 눈, 에단과 줄리아 간 그 애틋한 공기, 세상을 포기한 듯 무심해 보이는 레인 등 너무나 사실적인 그들의 연기를 보면 지금 스크린에 펼쳐지는 것이 실제가 아닌 영화에 지나지 않음을 알지만, 마치 이 모든 일이 지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영화 속 인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죠. 영화 속 인물들이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들 중 누구도 죽지 않기를 바라고, 그들이 폭탄을 해체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이 인류를 구원하기를 바라는 인류애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들이 죽지 않고 끝까지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캐릭터의 힘이며 연기의 힘입니다. 똑딱똑딱 '0'을 향해가는 초침 속에서 행해지는 폭탄 해체 씬은 너무나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던 클리셰 중 클리셰입니다. 긴장 유발을 위한 식상한 장치이자 한물 간 구시대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미션 임파서블:폴아웃>에서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심장이 쫄렸고 그들이 성공하길 바랐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가 에단과 줄리아의 사랑을 그리는 방식입니다. 그들의 안타까운 사랑은 뭐랄까 말하자면 '어른의 사랑(?)'이라고 할까요. 너무도 사랑하는 두 사람, 하지만 서로를 위해 떨어져 있어야 하는 그들, 안전하다고 간간이 전해지는 소식만이 전부인 그들. 영화에서 에단과 줄리아가 투 샷으로 잡히는 장면은 정말 짧았습니다. 하지만 1분 1초 그 모든 순간이 너무 애틋하고 좋았습니다. 줄리아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에단, 몇 년 만에 이뤄진 갑작스러운 해후. 에단과 줄리아 그 둘은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몇 초 간의 눈빛 교환, 둘의 감정이 채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전에 등장하는 바보같이 착한 남편, 그리고 그 자리에 줄리아를 남겨둔 채 재개되는 에단과 일행의 추격, 공허한 재회 약속만을 남겨둔 이별, 폭탄을 해체하면서 루터에게 에단의 안부를 묻는 줄리아, 그리고 모든 일을 끝낸 후 후송된 에단에게 줄리아가 건네는 말. "당신이 세상을 지킨다는 사실을 알기에 안심하고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었어." "당신 덕분에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을 수 있었어." 찡해지는 코 끝, 그리고 줄리아에서 일사에게로 넘어가는 감정의 궤적. 아마 줄리아와 일사는 서로를 처음 본 순간, 서로 멋진 여자란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을 겁니다. 줄리아는 어쩌면 일사를 보고 이제 이 물가에 내놓은 남자를 그만 걱정해도 되겠구나 생각했을 겁니다. 저 여자라면 이 남자를 맡길 수 있겠다, 난 이제 마음의 짐을 덜고 저기서 웃고 있는 착하고 순수한 지금의 내 남편과 온전히 내 삶을 살아도 되겠다 하고 말이죠. 에단, 줄리아, 일사 저마다 가졌을 수많은 생각과 감정을 구구절절 대사로 모두 말하지 않고 절제된 연기와 대사로 표현 함으로써 그들이 가졌을 감정이 더 풍부하고 깊이 관객에게 전달된 느낌이었습니다. 눈물을 강요하는 최루성 멜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성숙하고 절제된 감정의 표현이었습니다. 첫 만남의 강렬한 풋사랑이 아닌 오랜 세월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빚은 깊고 숙성된 사랑. 그들의 짧은 재회와 이별. 이렇게 사랑과 이별을 찡하고 원숙하게 그렸던 액션 영화가 있었나요. 



이렇게 사랑 이야기가 영화의 전체 내용에 잘 녹아든 액션 영화가 있었나요. 사랑의 감정선이 시리즈의 3편에 걸쳐 이어지는 액션 영화를 본 적 있나요. 대부분의 액션 영화에서 사랑이란 단순히 도구로써 부적절하게 혹은 불필요하게 소모되어 왔다는 점을 상기시켜보면 <미션 임파서블>이 4, 5, 6편의 사랑의 감정선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종국에 이렇게 관계를 마무리 짓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성취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게 이 영화는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 이후 최고의 액션 영화이며 오랜만에 받은 기분 좋은 종합 선물세트였습니다. 분명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후속작이 제작될 텐데 제작진은 골치가 꽤 아플 것 같습니다. 이번 편을 능가하는 새로운 <미션 임파서블>을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일 것이니 말이죠. 



PS.


다시 조금 뜯어보니, 이 영화의 멋진 미장센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어느 하나 버릴 쇼트가 없습니다. 백미는 영화 중반 일사가 에단의 뒤를 밟다가 공원에서 서로 만나고 헤어지는 시퀀스. 감독인 크리스토퍼 맥쿼리는 미국의 한 영화 팟캐스트에 출연해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이 장면이라고 인터뷰했습니다. 촬영에 정말 공을 들였다는 것이 영화 전반에서 묻어납니다. 이쯤 되면 촬영감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롭 하디' 대표작으로는 <서던 리치: 소멸의 땅>과 <엑스 마키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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