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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정체성과 포트폴리오 수립, 무엇이 먼저일까?

by Josh

수많은 브랜드 정체성 수립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을 하다가 어떤 게 우선일까를 고민한 적이 있다.


브랜드의 명확한 정의와 특징을 알고 있다면 간단하지만 주니어 시절, 브랜드를 처음 기획하는 실무진 입장에서는 전체 틀을 만드는 포트폴리오가 우선인지, 브랜드 방향성을 만드는 게 우선인지 늘 고민 속에 있었다.


이 질문은 회사의 매출이 우선인 상황이라면 Priority에서 후순위로 밀린다. 생존의 이슈 앞에서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살아남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조직이 커지고 경영과 시스템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 이 질문 앞에 다시 서게 될 수 있다.


또 실무진의 입장에서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맡고 있는 직책과 부서 내 필요한 사업 전략에 따라 진행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고민할 이슈가 아니다. 또 매일 산재한 업무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런 질문은 본인의 업무와 성과에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회사에서 관련한 이슈로 부각됐다면 그때부터는 고민이 될 수 있겠다.


회사를 경영하거나 운영하는 대표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그리고 충분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브랜드 경영을 하고 있거나 내부의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에서 브랜딩의 효율과 효과를 생각한다면 더욱더 고려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각 전략의 목적을 이해해 보자.

브랜드 방향성이 목적과 목표를 만드는 일이라면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관리를 위한 자원 배분의 일이다.


1)과 2)가 가진 각각 최종 결과물에서 출발해 보자. 브랜드 방향성 수립은 브랜드가 무엇인지, 왜 존재하는지 등이 정체성을 수립하는 일이다. 앞서 20장에 걸쳐 설명한 브랜드 정체성 수립 프로세스는 브랜드 방향성을 정의하기 위한 일이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는 전체 집과 방의 크기,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업이라는 방의 크기와 구획 안에서 대표적인 브랜드의 역할을 결정하고, 브랜드 간의 시너지를 잘 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즉,

1) 브랜드 아이덴티티 = 브랜드 방향성

2) 브랜드 포트폴리오 = 브랜드의 큰 집과 방을 만드는 것 (브랜드 역할 정의)


주니어시절, 그리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뼈대를 만들고, 전체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이라고 생각했다. 일을 진행할 때의 생각을 해보면 먼저 기초를 짓고, 그 안에 내용을 채우는 것이 일의 순서상으로도 맞기 때문이다. 히지만 브랜드라는 정의와 특징을 한번 더 생각해 봤다면 순서가 달라진다.


브랜드는 경쟁사와 남다른 차별화를 가진 식별력을 가진 것이다. 그리고 방향성과 자산을 갖는다. 포트폴리오는 자원의 분배를 다루는 것이다. 자원과 방향성이 없다면 다뤄야 할 자원이 없는 것과 같다.


브랜드 정체성과 포트폴리오 수립, 무엇이 먼저일까.jpg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포트폴리오 전략의 접근차이


예를 들어 다시 한번 설명해 보면,

신규 러닝화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 본다.


이 러닝 제품을 팔기 위해서 당신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팔고자 하는 제품 콘셉트를 만드는 일이다. 제품의 강점,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가치들을 고려하여 콘셉트를 개발한다. 방향성을 기반으로 로고도 만들고 광고도 만들고, 캠페인, 프로모션 등이 전개된다. 즉 방향성을 먼저 기획한다. 그래서 만든 러닝화를 '브룩스'라고 해보자. (러닝에 빠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라서 그렇다.)


당신이 론칭한 브룩스 러닝화가 시장에서 반응도 좋고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여기에서 사업을 끝낼 것인가? 10명 중 9명은 더 많은 매출을 위해 노력한다.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신제품을 만들 수도 있고, 새로운 타깃과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프리미엄 전략으로 운동선수 전용의 러닝화나 고급 러닝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방향이야 어쨌든 제품의 확장이 일어난다.


제품의 확장을 위해 당신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처음 신규 러닝화 제품을 만들 때의 첫 번째 과정으로 돌아간다.

방향성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방향성에 맞는 브랜드 로고와 광고, 캠페인들을 다시 또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멈추자.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브랜드를 활용하면 되지 왜 또 브랜드를 만드는가라고.


맞다. 여기에서 포트폴리오의 이슈와 접근, 전략적 판단이 필요해진다. 두 번째 제품도 첫 번째를 브룩스라고 지었으니 브룩스 에어라고 지으면 될까? 아니면 고스트? 에어 부스트? 가 더 맞는 것인가? 등등 브랜드 확장을 하면서 첫 번째 브랜드와의 관계와 시작되는 고민들이 모두 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적 사고와 연결된다.

당신이 갖고 있는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분배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시장의 성공가능성과 관리 관점에서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처음 론칭한 제품의 브랜드 방향성이 두 번째 제품의 브랜드 방향성과 맞는가?

- 첫 번째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자산은 무엇인가?

- 브랜드 자산을 어느 영역까지 확장해 볼 수 있을까?

- 기존의 브랜드 방향성이 과연 신규제품까지 커버 가능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신규제품에는 다른 브랜드 방향성이 필요한가?

- 기존 브랜드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브랜드 운용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등등


지금은 단순히 두 개의 제품으로만 설명을 했지만, 식품회사나 의류, 화장품 등의 기업은 내부적으로 매우 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다뤄야 할 이슈가 더 많기 때문에 복잡해질 수 있다.


브랜드 방향성이 먼저인가, 아니면 포트폴리오 전략이 우선인가에 대한 답은 대략적으로 나왔다고 본다. 브랜드 자산이 우선적으로 있어야, 이 자산을 기반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다음 스텝이 (브랜드 포트폴리오전략)이 가능해진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브랜드 자산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거나 브랜드를 처음 만들기 때문에 구획을 먼저 나누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은 형성된 브랜드 자산을 기반으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브랜드 자산의 배분에서 출발하는 전략임을 기억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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