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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쉬코쉬 Jul 02. 2024

스스로를 찾아 떠나는 첫 걸음

에세이를 쓰려는 이유

2024년 6월 24일 금요일 오후 스마트폰에 알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제 지원한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졌나 봅니다. 작가로 인정받는 데에 어느 정도 수준이 필요한지, 높은지 또는 낮은지는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요. 다만 저에게 글을 써나갈 공간과 자격이 주어졌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꽤나 기뻤으며, 제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는 점일 것입니다. 아마도 앞으로도 기억될만한 순간 중 하나가 될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그만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만큼 최근 저에게는 글을 써야겠다는 강한 동기가 있었습니다.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현재 아내 조쉬와 귀여운 강아지 코쉬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30대 후반의 남자입니다. 직업은 회계사입니다.


외모는 추남도, 미남도 아닌 외모에(어디서였는지, 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렇게 생각한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성격은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별나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나름대로 정상적인 범주 안에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사회생활을 해온 것 같습니다. 스마트함에 있어서는 좋지 않은 쪽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성적이 그다지 좋지도 못했는데 어떤 생각에서인지 스스로 ‘머리는 나쁘지 않다’ 정도로 생각해 왔습니다만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객관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다행입니다).


누군가는 직업이 회계사인데 머리가 안 좋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회계사분들 중에서는 머리가 좋은 분들도 있겠지만 그건 어떤 영역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말이 길어지면 스스로 정말 머리 안 좋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꼴이 되는데, 개인적으로 그건 조금 슬퍼지는 상황이 됩니다.


유감스럽지만 제 진정성을 믿어주시고 이 부분은 넘어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창 시절 내적 방황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는데, 객관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학벌로 이득을 보지는 못할지언정 손해는 보지 않을 만한 대학을 졸업한 것 같습니다(물론 저는 만족합니다만).


학창 시절 언어(국어) 영역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게다가 책을 많이 읽은 편도 아니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6년 동안 읽은 책은 두 권이 전부였습니다. 한 권은 ‘라이온킹’, 다른 한 권은 톨스토이의 어린이용 소설책 같은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라이온킹’은 읽은 책이라고 봐야 하나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당시 일요일 아침에 TV에서 방영하던 ‘라이온킹’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했던 게 이 사건의 배경이었죠. 책장에 꽂힌 ‘라이온킹’이라는 소설책이 눈에 들어와서 아무 생각 없이 펼쳤을 뿐입니다. 문제는 그 순간 저희 어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셨다는 점이죠. 어이고 웬일로 책을 다 읽냐며 칭찬 세례를 하시는 바람에 저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엉?…어~ 그냥요~’


하고 조금 더 볼 수밖에 없었죠. 돌이켜보면 저로서도 어린 나이에 눈치가 있었던 겁니다. 등짝 스매싱 대신에 오랜만에 조성된 평화의 순간을 깨고 싶지 않았던 거죠. 어찌 됐든 그랬던 제가 자진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니, 도대체 인생은 도통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이유는 ‘진짜 제 자신을 찾기 위함‘입니다. 부끄럽게도 30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저는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소개를 스스로 다시 보면 어떤 ‘진정성’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소개라기보다는 ‘기술(Description)’에 더 가까워 보이죠. 물론 ‘자기소개서 작성요령’에 대한 토론을 해보자는 게 아닙니다. 애초에 자기소개라는 게 정해진 형식이나 특정한 방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큰 의미를 두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일상적인 건 아니니깐요. 다만 제 개인적인 문제 인식에 따라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저도 제 나름대로 행복을 추구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불행을 피하는 삶을 추구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매일 ‘경쟁’, ‘돈’, ‘성공’ 같은 것들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런 요소들이 불행할 가능성을 낮춘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환경들이 갖춰지면 분명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추구하며 ‘열심히 산다는 것’에 어느 순간 질려버린 것 같습니다. 그렇게 혼란스럽던 와중에 어느 날 이런 생각들이 스치더군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뭘까?’

‘난 어떤 것들을 할 때 행복하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내가 태어난 이유는 뭘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존재하는 이유는, 존재할만한 이유는?’

‘나는 도대체 뭘 만들고 싶은 걸까?’

‘나는 도대체 뭘 남기고 싶은 걸까?’


그 순간 저는 자문(自問)을 멈췄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제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가치관들을 모두 내려놓고 무(無)인 상태에서 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무엇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무엇을 남기고 싶을 뿐입니다. 보통 남길 만한 것들은 많습니다. 짐승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이름은 아무래도 동명이인이 많아서 안 되겠습니다. 그렇게 또 쓸데없는 생각을 하던 중에 제 머릿속을 스친 것이 ‘글’이었습니다.


제 일상의 작은 이야기가 될 수도, 영화나 연극이나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기가 될 수도, 사랑하는 제 가족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저는 그런 작은 이야기부터 남겨보고 싶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쓰다 보면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사회에서 정해 놓은 순위, 남들이 좋다는 것들에서 ‘벗어나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 떠나보려고 합니다.


비록 글을 쓰는 목적이 스스로를 찾아 떠나려는 다소 개인적인 여정일지라도,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 이야기가 여러분들께 작은 공명(共鳴)을 일으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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