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쉬코쉬 Jul 04. 2024

새해가 바꿔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더라

결국 나의 마음으로부터.

1월 1일,

다르다면 다르고 다르지 않다면 다를 바 없는 오늘입니다.

어제의 태양이 오늘의 태양과 다를 리 없고,

어제의 세계가 오늘의 세계와 다를 리 없습니다.

오늘도 해장국집 김 사장님은 가게 문을 열었고,

오늘도 김순자 씨는 늦잠을 자며 피로를 풀고,

오늘도 헬창 김병식 씨는 운동을 하며,

오늘도 뉘집 강아지 코쉬는 본인의 오줌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냥 매주 돌아오는 일요일일 뿐입니다.

잉크로 말미암아 태어난 새해 계획들은 길게는 한 달, 짧게는 내일이면 대부분 사멸합니다. 그리고는 애써 못 본 체 덮어두고 또 다른 새해가 오면 다시 계획을 세우지요.

저도, 전 여자친구도(현 아내), 제 친구도, 어쩌면 당신도요(아니라면 죄송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변화를 갈망합니다. 물론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래서 어쩌면 새해 계획은 실행가능성보다는 기대감과 희망으로 쓰여질 수 밖에 없을지도, 그래서 더욱 지키기 어려운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솔직히 지금 논리적으로 새해 계획을 지키기 어려운 요소를 찾아서 기쁩니다).


남들이 조언이랍시고 제게 건네는 말들에 대해서는 날을 세워 저항하지만(물론 속으로), 매년 돌아오는 새해 앞에서만큼은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스스로 알아서 이런 무의식적인 의식을 거행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연중에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수없이 날아드는 화살들을 죽을힘을 다해 피하고 소리 높여 저항하던 모습 앞에 영혼 없이 나열된 저의 신년 계획이 한없이 초라해집니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도대체 새해가 됐다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달라질게 뭐가 있겠어?‘ 맞아요, 대부분의 경우 그런 건 없습니다. 나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동기는 외부에서 오지 않습니다. 어떤 날이어서 누가 강요해서 생기지 않습니다. 오직 나의 마음에서 비롯될 뿐입니다. 그런 것 같네요. 맞아요, 새해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하나 고백하자면 이 글을 쓰기 20분쯤 전에 이미 신년 계획을 세우는 의식을 치렀습니다. 신년이 됐으니 마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숙제처럼 다가오는 게 좀처럼 마음에 걸려야 말이죠. 그래서 이런 자조적인 글을 쓰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 중입니다.


그래도 이번 의식은 이전과는 조금은 다를지도 모릅니다. 처음으로 새해가 특별한 날이 아니라고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하기에 좋은 날이라는 건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 어떻게 마음을 먹는지가 아닐까 합니다.


”아빠는 귀엽지 않아서 열심히 산다.“
작가의 이전글 연극 <러브레터>, 아날로그의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