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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으로 소품사 창업 (3)

직장에서의 실패부터 창업, 그리고 지금

by Josh

우연과 기회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여러 회사를 다니던 중


아파트 관련 회사에

사업 PM으로 입사하였고


일 보다는 사람들이 좋아서

제법 적응을 잘 하고 있었다.


그런데 회사 자금을 살피던 중

이상한 정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현금으로 출금되는 내역

고급 의류 결제 내역

한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이체되는 내역


여러 회사들의 자금 흐름을 봤지만

이런 흐름들은 처음 봤다.


아니다 다를까 사업 자금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더니 직원 월급까지 밀리기 시작했다.


몇 개월 동안 수차례 경고하였지만

결국 일이 터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출근하고 10분 정도쯤에

사무실 출입구 벨이 울렸다.


무슨 일인가 하여 앞으로 나가니

검은 정장을 입은 남녀가 웃으며 서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얘기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아... 네, 혹시 여기가 *** 회사 맞나요?"

"네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별일은 아니고 국세청에서 왔습니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말로만 들어봤지 조사를

실제로 나온 건 처음 봤다.


많이 당황하긴 했지만

속으로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다.. 올 게 왔구나"


국세청 직원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회사 직원들에게 얘기했다.


"자 지금부터 모든 일 멈추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그게 사실상 그 회사에서의

마지막 근무였다...


심지어는 같은 달에

친구에게 사기까지 당했다.


사기 수법은 간단했다.


투자하면 배로

더 준다는 것이다.


그걸 내가 당했다...


직장과 모은 돈 모두를

한꺼번에 잃었다.


이쯤 되면 보통은

"힘들다. 죽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지만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


음식 배달, 생수 배달,

택배, 공사장, 베이커리 판매,

심부름 아르바이트 등등


정말 단기간에 안 해본

일들이 없는 것 같다.


이 때 배운 것이 쉽게 버는 돈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고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회사 돈으로 사치, 향락 등을 누리면

필시 망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물론 내가 쓴 돈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회사를 마무리하면서

거래처 담당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돌렸다.


그래도 문제가 생긴 회사의 직원으로써

마무리는 지어야 했다.


거래처에 소식을 전할 때마다

많이 물어보시던 부분이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예정이세요?"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실 예정이신가요?"


대부분 내 대답은 이랬다.

"네, 퇴사하고 이직할 준비해야죠"


하지만, 실제로 그 때 당시에 내 생각은

정말 아무런 계획도 없었다.


그러던 중에 마찬가지로

마지막 인사를 위해 A사 대표님에게 전화하였다.


그런데 A사 대표님은

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였다.


"혹시 저희 회사에서 일해 볼 생각은 없어요?"

"네?"


그 당시에는 상당히 당황하였지만

내 상황상 고민할 시간도 사치이었다.


당연히 수락하였고

그래도 정식 절차가 필요하여

면접도 보게 되었다.


A사 사무실로 찾아가니

30명쯤 되는 직원들이 있었고

대부분이 20대로 보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A사에 입사할 때

내 나이가 34살이었는데

내 나이가 4번째로 가장 많았다.


A사 대표님과 면접을 마무리하던 중

마지막으로 물어보셨다.


"사업 PM보다는 영업을 해보시는 건 어때요?"

"뭐든 맡겨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너무 싫었다.


영업이라니


A사 입사 전에 다른 회사들에서

영업도 경험하였지만 정말 너무 싫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일까


입사 후 1개월만에 영업 실적을 발생시키고

6개월동안 많은 영업 실적을 쌓게 되었다.


실적을 인정 받아 영업 팀장이 되었고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는 전시회 부스를 운영하게 되었는데

A사 상품에 대해 관객에게

설명하며 명함을 드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키가 작고 에코백을 맨

여성분이 내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A사 솔루션에 관심 있어서 그런데요.

설명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열심히 상품에 대해 설명했고

여성분은 서서 메모를 하며 정말 열심히 경청하였다.


내 설명이 끝나자 여성분이

명함을 내밀며 다시 인사했다.


"다름이 아니고 전 C사에 미술감독인데

상품 설명서도 메일로 받을 수 있을까요?"


C사는 내 경력의 첫 회사인 대기업 C사이었다.

그리고 이때까지는 몰랐다.


이 미술감독님과의 인연으로

30대 중반에 내가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창업하고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기쁨, 슬픔, 절망을 느끼게 될 것이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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