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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원으로 소품사 창업 (2)

직장에서의 실패부터 창업, 그리고 지금

by Josh

창업 이전


창업 이전에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게임 운영

사업 PM

개발 PM

항공 지상직

보험판매원

전시 운영


그중에서도 사업 PM과 게임 운영이

이력의 가장 많은 기간을 차지하였다.


내 이력을 알고 있는 분들은

가끔씩 물어보신다.


"어떤 직군이 가장 잘 맞으셨나요?"


하지만, 사실 여러 직군을 경험해서인지

어떤 직군이 잘 맞았다라기보다


어떤 회사가 내 기억에 가장

강렬하게 남아있는지가 중요했다.


우선 첫 번째 회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회사는 대기업인 C사에 취직하였다.


내가 좋은 대학을 나오거나

특별한 과를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한 것이 아닌


처음에는 파견직으로 취업하였다.


본래 파견직도 C사 취업이 쉽지 않은데

정말 운으로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서류 합격 통보가 와서 면접을 보는데

당시 면접관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우리 회사에 얼마나 들어오고 싶었으면

이력서를 다섯 번이나 중복해서 보냈을까 싶었어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수많은 고민을 했다.


"어? 이게 무슨 얘기지?

난 이력서를 한 번만 보냈는데?"


하지만, 당황한 티를 내면 안되겠다 싶어

우선 젊을 때 패기를 담아 대답하였다.


"네! 정말 꼭 입사하고 싶어

그렇게 지원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면접관께서 크게 웃으시면서 만족해하셨고

다음날 오후에 술을 마시던 중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내가 대기업 취직이라니..."


너무 기뻐 술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력서가 다섯 번이나

접수된 이유는 당시 지원자가 많아 C사 홈페이지 서버가

특정 시간 때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나는 이 특정 시간 때 C사 홈페이지에서

최종 입사지원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종 접수 버튼을 눌러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클릭을 여러 번 했었다.


알고 보니 클릭한 수 많큼 내 이력서 파일이 전송되었고

그게 총 다섯 번이 전송되었던 것이다.


그 부분을 면접관께서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셨던 것 같다.


C사에서는 약 2년 동안 파견직으로 입사해

정규직 전환 후 대리까지 달고 이직을 위해 퇴사하였다.


C사에서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C사에서 만났던 동료들의 가르침이 없었으면

사회생활의 기본도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첫 경력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 C사에서 재미있었던 일화 중 하나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대리님이 PC로 뭔가를 켜놓고 있었는데

화면을 보니 영문, 숫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화면만 있었다.


궁금하여 대리님에게 물어봤다.


"대리님 뭐 하세요? 이게 뭔가요?"


"아 이거 코인 채굴하고 있는 거예요.

비트코인이라고 합니다. 하하"


대리님은 내가 관심을 보이자

신나게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대리님이 나에게 말했다.


"이거 구매할 수도 있는데

비트코인 한번 구매해 보실래요?"


제안을 주시길래 솔깃했지만 당시에

솔직히 금전적으로 여유롭지도 않았고


많이 구매할 자신은 없어

딱 30만 원어치만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매 당시가 2012년도이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꽤 많은 코인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그냥 장난으로 구매했던 거라

회사 하드에 지갑을 생성하고 넣어놨는데


퇴사할 때 전부 포맷하여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다.


아무튼 시간이 흘러 C사를 퇴사하였고

C사는 첫 경력이기 때문에 많은 기억이 남는다.


C사를 퇴사하고 이직한 회사는 당시에

아직 유명하지 않았던 게임회사 R사로 이직하였다.


이직 제안을 받은 것도 아니고

C사에 지쳐 면접을 본 회사가 R사이었는데

연봉 협상이 꽤 잘 되어 이직하게 되었다.


R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하였다.


R사에 처음 입사하였을 때는 솔직하게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R사가 출시하여 운영하던 게임이 있었는데

이 게임에 시즌제라는 것이 있었다.


1시즌은 한국에서 운영되지 않았고

곧 2시즌을 시작한다고 통보받았다.


나는 2시즌이 시작되고 중간에

이직하여 업무에 투입되었다.


처음 기업 적응 기간인 온보딩 기간에

기업의 자유로운 문화, 수평적인 구조에 취해

핑크빛 미래만 꿈꾸고 있었다.


본격적인 업무에 처음 투입되었을 때도

약 2개월 동안은 무난했다.


그런데 2개월이 지나고

무언가 잘못됨을 감지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게임 이용자 수가 엄청나게 급증하기 시작했고

이용자 수가 늘어날수록 문의 접수량도 증가하였다.


어떤 지표든 그냥 모든 것이

비트코인 황금기처럼 상승하기만 했다.


C사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을 진행하였었다.

기획, 운영, QA, 마케팅 등등


하지만, R사에서 2시즌을 운영하였을 때

운영 업무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니 운영 업무 중에서도

문의 응대 업무만 진행할 수 있었다.


다른 회사에서 1년 동안 접수되는 문의량이

R사에서는 일주일도 안되어 접수되었고


답변을 미룰 수 없어 살아있는 답변 기계가 되었다.


C레벨, 마케터, QA부서 등 직군, 직급 가릴 것 없이

회사의 모든 구성원이 CS 응대를 진행하였다.


주 5일 근무는 자발적인 주 7일 근무가 되었고

집에 갈 시간도 부족해 여관방에서 잠드는 일이 많았다.


정말 힘들어서 많이 울었고

당장에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를 물고 버텼다.


그렇게 2년을 버텼다.


이런 얘기들을 하였을 때

단순히 내가 잘 버틴 것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런게 아니고 R사는 그만큼

직원에게 더 투자하고 보답하였다.


물론 보너스도 있었지만

복지도 굉장히 좋았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 때문에 R사가 기억에 남는 것이 아닌

난생처음 겪은 경험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R사에 이직하고 1년차가 되었을 때

베스트 직원으로 뽑혀 상패를 받았는데


사실 이 때 개인 보너스라는 것을 처음 받아봤다 :)


거기다가 하루는 당시 대표님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PT를 진행하였는데 다들 어떤 주제인지 몰랐다.


프로젝트 빔으로 큰 화면이 생성되고

PPT가 실행되었는데


갑자기 해변들과 호텔, 그리고 요트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 동영상이 실행되었다.


동영상이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대표님이

내게 물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우리 어디 여행 가나요?"


대표님이 다시 얘기했다.


"네, 우리 모두 여행 갑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이란 곳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모든 임직원, 전 세계 지사의 모든 동료들이

같은 날에 모여 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얘기에 모여있던 직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이게 꿈인지 확인하고 있었다.


대표님은 다시 마이크를 잡으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여러분의 애인, 친구, 가족들과 함께 갑니다.

경비는 우리가 부담합니다.

고마워하지 마세요. 여러분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발표가 끝나자 모든 동료들이 환호의 소리를 질렀다.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다.


몇 달 뒤 R사는 이 여행 계획을 실행하였고

약속대로 임직원들의 애인, 친구, 가족들과 도미니카로 다녀왔다.


단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닌


가까운 이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좋아했으며

구성원 모두가 자랑스러워 좀 더 일에 집중하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일을 더 찾아서 근무하였고

R사는 지금까지도 PC방 사용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R사에 입사하고 2년 뒤 이직 제안으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R사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직원에게 투자한다'라는 개념을

나에게 만들어 준 회사이기도 하다.


너무 힘들고 좋은 경험을 동시에 해서인가

이후에 회사를 6곳을 이직하며 근무하였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떠돌기만 하였다.


물론 최선을 다하지 않은 회사는 없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여러 곳을 다니며 어느 회사에

영업사원으로 취직하게 되었는데


이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이

결정적으로 소품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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