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대 대부분을 직장인들의 신제/정신건강을 돕는 일에 바쳤다.
웰니스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하고, 번아웃과 우울증으로 무너지는 사람들을 만났다.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서 들어간 회사에서 건강 문제로 퇴사하는 또래들을 보며, 나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만나 배웠고, 각종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우울증을 겪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힘들어도 이 일을 계속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들을 공감했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 역시 이 서비스를 더 확산시키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게 하기 위해 삶을 바치는 과정에서 번아웃을 겪었고 공황장애도 왔다. 잘 버텨냈고 이겨낸 경험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 확신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안다고, 내 상태를 관리할 능력이 생겼다고. 또 우울증만은 나에게 오지 않을 거라고.
올해, 나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스트레스가 높았다.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했고, 새로운 도전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책임감이 어깨를 눌렀다. 압박감 속에서 매일 버텼다. 그렇게 나를 지탱하는 끈은 이미 팽팽했다. 하지만 나는 버틸 수 있었다. 희망이 있었으니까. 이걸 잘 견디면, 나에게 주어진 문제들을 잘 해결하면, 밝은 미래가 올 거라고 믿었다. 이 과정을 잘 견뎌서 그 순간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래서 버텼다. 이미 팽팽한 끈을 붙잡고 하루하루 견뎠다.
그런데 불행과 힘든 일은 원래 한꺼번에 몰아서 온다고 했던가. 처음 힘든 일이 터졌을 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힘을 내면 된다고. 그런데 또 터졌다. 그리고 또 터졌다. 멈추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속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끈이 하나씩 끊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남은 끈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손에 쥐어진 마지막 한 줄. 이것만은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조금만 더 견디면. 그런데 그것도 끊어졌다.
순간, 세상이 무너졌다. 희망도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떨어졌다. 차가운 바다물속으로.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다. 숨이 막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무기력했다. '이건 꿈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곧 깨어날 거라고, 이 모든 게 진짜가 아니라고.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꿈이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이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가라앉고 있었다. 더 깊은 곳으로. 온몸이 무거워졌다. 빛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제저야 깨달았다 나에게 우울증이 찾아왔다는 것을.
나는 다른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돕는 일을 하고 했다. 우울증이 무엇인지, 어떤 증상인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이것이 우울증이라는 걸 인정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그 한가운데 있을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아무 소용없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했던 어쭙잖은 조언들, 전문가들에게 배운 지식들, 그 무엇도 나를 구하지 못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그것을 진짜로 이해한 적이 없었다는 것을. 공감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머리로 그린 상상이었을 뿐이다. 아는 것과 겪는 것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바다가 있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도 않고 지워버리고 싶은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글로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정신건강에 대한 전문적인 글도 아니고 극복하는 방법을 제안하는 글도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이 우울증이라는 그 깊고 어두운 바다에서 보낸 시간의 기록이다. 이 작은 흔적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