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한다는 것은 참 괴롭기도 하고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읽으시는 분들도 때론 무겁고 불편하게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든 순간과 감정과 경험을 다 공유할 수는 없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꼭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울증은 정말 정말 무섭고 두려운 병이라는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우울증이라는 그 깊고 어두운 바다에 계신 분들에게는 여기 또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많이 괜찮아지긴 했습니다. 지인들에게 조금씩 힘들었었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내가 어떤 경험과 터널을 걸어왔는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평생 아픈 것을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던 제가, 힘든 것을 힘들다고 표현하지 않았던 제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는 큰 발전입니다. 아직 예전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지는 못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람에 대해 깨달은 것들이 많아서요. 그래도 가장 믿는 사람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극복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다 이겨냈다고 생각해도 그 감정들이 한 번씩 갑자기 몰려오는 날들이 있습니다. 아마 꽤 긴 시간 그 아픈 병을 안고 살아야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우울증이 생각보다 더 일찍 전조 증상과 초기 증상들로 이미 저에게 나타나고 있었음에도, 제가 그것을 제대로 인지하거나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 결국 더 큰 병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혹시나 우울증 이전에 우울감이 있으시거나, 감정이 어떤 날이나 어떤 순간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경험을 하신다면, 꼭 가까운 정신과에 가셔서 초기 검사 및 체크를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제가 진짜 우울증의 깊은 곳에 들어가 보니, 이 문제가 너무나 심각한 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우리나라 우울증 환자의 비율이 점점 늘어가는 통계를 보며, 특히나 10대 20대 30대 세대의 우울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보통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저 또한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일들을 해왔지만, 단순히 서비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임이 확실합니다. 사실 정신질환이라는 것을 우리나라 문화상 좀 인정하지 못하거나, 의지나 생각의 차이 또는 약해서라는 말들로 무시하거나, 그 문제를 평가절하해 왔던 것이 강한 것 같습니다.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확실히 개인도, 가정도, 직장도, 사회도, 여러 영역에서 다 함께 정신질환과 관련하여 좀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감기나 독감처럼 너무나 우리에게 가깝고 또 쉽게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신체에 발생하는 질병보다 이 정신적 질환이 가진 무서움과 파괴력은 이루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앞으로 이 문제를 풀어가는 일에 꼭 무언가 기여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합니다.
이 시리즈를 쓰게 된 것도 이 정신적 질환, 특히 우울증이 어떻게 한 인간을 파괴시켜 나갈 수 있는지, 또 어떤 경험을 하게 하는지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갑작스레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특히나 우울증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시다면, 절대 죽음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저 또한 그 문턱 앞에서 단 한 발짝 차이로 그 선택을 피해왔기에, 꼭 말하고 싶었습니다.
지금 힘들면 쉬세요. 사람 만나기 싫으면 만나지 마세요. 누군가의 희망의 말과 일으켜 세우려는 조언들이 듣기 싫으면 흘려보내세요. 잠도 자고 싶을 때 자고, 자고 싶은 만큼 자세요. 혹시 잠을 못 자고 있다면, 저처럼 조금의 약을 통해서라도 도움을 받으세요. 물론 반드시 용량과 전문가의 가이드 아래서요. 저처럼 누군가에게 나의 아픔과 불행을 말하는 것이 그들에게 불행을 감당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이 모든 것이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으셔서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것을 어려워하신다면 다 괜찮아요, 다만 꼭 정신과에라도 반드시 방문하세요.
대신 오늘 한번 넘겨보자고요. 오늘 한번 딱 숨 쉬며 살아있어 보자고요. 그렇게 하루 이틀 계속 살아있어 봐요. 절대 죽지 말고요. 실컷 울고, 실컷 아무것도 안 하고, 실컷 실컷 실컷. 그렇게 하루씩 같이 버텨 보자고요. 그러다 보면 당신의 꺼지지 않은 그 작은 불꽃이 다시 당신을 찾아올 거예요.
당신도 살아있기를. 오늘도, 내일도.
저도, 당신도 우리가 겪은 이 아픈 경험이 언젠가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큰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라며,
김성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