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어가는 것들

by 글그림

가장 눈부신 순간조차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뜨겁게 타오르던 여름이

결국 가을의 손을 잡듯이


잃어가는 법을 배우고 있다

손끝에 머물던 온기가 희미해지고

어제의 기억이 저물어갈 때

문득 나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떠남은 끝이 아니라는 듯

마지막 잎새마저 떨어지는 순간

바람이 되어 어디론가 흘러가듯이


우리의 만남 또한

스러지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시 피어날 것임을


그러니 나는

저물어가는 것들 앞에서

천천히 손을 흔드는 연습을 한다


202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