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 사월의 봄 풍경

by 글그림

멈춰 선 톱니바퀴처럼

봄의 한가운데 갇힌 시간

계절은 꽃들로 넘쳐나는데

나는 낯선 풍경의 갓길에 서성인다


초침 없이 흘러가는 시간

스르륵 펼쳐진 초록 융단 위에

고장 나 멈춘 시간의 붓끝이

어색한 하얀빛 연서를 쓴다


움직이지 못하는 발끝에

망설이는 겨울바람이 혀를 차며

연분홍 가지에 매달린

어색한 눈송이처럼 흔들린다


눈 내리는 봄은

어색하고 서툰 시를 쓴다

메마른 가지에, 잠든 대지에,

어색한 미소 지은 사람들의 어깨에

서툰 초록빛 시를 수놓는다


겨울의 잔해를 쓸어 올리는 바람은

돌담 아래, 텅 빈 놀이터에도

어색한 하얀색 문장들을 덮는다


웅크렸던 겨울의 시간을 벗어나

봄의 가지에 조심스레 걸어두고

서툰 봄의 시를 읽다가

문득, 낯선 봄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높이 올라간 세상의 서툰 몸짓을

미리 알아챈 눈치 빠른 하늘도

어색한 숨을 고르며

흐린 햇살의 조각들로 찢기고 찢겨

누더기처럼 망설이는 눈의 시를 흩뿌린다


시간은 머지않아 다시 흐르겠다고

어렴풋한 신호를 보내온다


어제, 봄눈이 내렸다

시간의 옆구리에서 길을 잃은 듯

고장 나 멈춘 시간이

어색한 미소 지으며

봄에 잠시 머문다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