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원심력

by 글그림

어둠 속

쩍 마른 혀가 일으킨

고요한 반란


침묵을 찢고 깨어난 마른기침

비틀거리며 찾아간

퍼런 안광의 정수기


구부정한 허리를 숙여

차가운 심장을 토해내는

기계의 냉정한 입술에

목마른 물 잔을 맞댄다


쏟아지는 투명한 칼날

목구멍 깊숙이 박히는

서늘한 감각의 소름


텅 빈 새벽의 무게가

한 모금 물과 함께

위장 속으로 스며든다


싸늘하게 식은

잠의 잔해들을 삼키고

날 선 침대에 다시 몸을 뉘인다


— 문득,


멈추지 않는 회전


미세하게 전해오는

거대한 행성의 몸짓

나를 실은 채

끊임없이 굴러가는 둥근 감옥


어둠을 뱉고

빛을 삼키는

지독한 자전의 리듬 속에서


작은 몸뚱이는

회전 안의 미미한 부스러기

붙잡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는

무자비한 원운동


천천히 기울어지는

밤의 마지막 조각들

희미하게 감겨오는 눈꺼풀 너머

창백한 새벽빛이

낯선 각도로 스며든다


돌아누운 나의 등 뒤로

여전히 굴러가는

거대한 둥근 슬픔, 지구


잠들지 못하는

불안한 의식만이

차가운 물의 감촉처럼

싸늘하게 남아


지진 같은 자전의 원심력과 함께

충혈된 눈알을 굴리고 있다


2025.04.23